타이타닉 같은 큰 배가 방향을 꺾기 위해선 조향장치를 얼마나 돌려야 할까? 답은 ‘3도’다. 3도만 돌려준다면 그 선박은 새로운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 눈에 띄게 돌리는 것도 아니고, 배에 탄 사람들도 느끼지 못하지만, 결국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늘 소개할 앱 서비스를 만든 대표는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1그램의 변화를 줄 수 있으면, 그 사람 인생이 변할 때가 오기도 해요. 실제로 제가 만든 앱을 쓰는 사람들이 인생이 바뀌었다고 리뷰를 남겨요. 저는 그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죠.”
출시한 지 1년 만에 앱 순위에 등극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헬스케어 앱이 있다. 칼로리를 수치화해서 기재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설계한 것이 공감을 샀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간편함이다. 언제부터인가 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능이 탑재된 서비스가 출시됐다. 동시에 너무 많은 기능을 앱 하나로 다루려다 보니 이도 저도 못한 경우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앱은 기능 하나에만 집중했다. 이후 마케팅 하나 없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출시한 지 1년 만에 3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앱을 만든 사람은 대학생으로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다. 교육학과 출신으로 교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취업 대신 창업에 뛰어들었다. 20대 젊은 패기를 앞세워 여러 경험을 거쳤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는 매섭게 성장 중이다. 이번 시간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1그램이라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밀리그램의 오형준 대표를 만났다.
밀리그램이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형준 대표
◆ 기획자에서 개발자로 그리고 CEO까지
Q. 밀리그램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밀리그램은 작년 4월에 개발을 시작해 5월에 런칭한 건강관리 앱입니다. 식단 관리 서비스로 시작해 점차 체중관리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반응이 좋아져서, 올해 4월에 창업을 결정했어요.”
Q. 이력이 눈에 띄는데요, 여러 스타트업을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시절 1학년 때 창업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인사이더스라는 창업 학회에서 활동했었어요. 우연하게도 학회활동을 진행하며 왓챠의 원지현 이사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무슨 패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뵙고 술 한번 사달라고 말했죠. 그렇게 면접 이후, 3개월 인턴 자리를 마련해주셨고, 기획자로 인턴 생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때 왓챠에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외에도 데이터 리서칭과 분석하는 일을 병행했었죠. 왓챠에서 인턴 생활이 끝나고 지그재그에서 산업체 개발자로 들어가 2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오형준 대표의 인턴 시절, 팀원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Q. 그때 경험이 창업에 영향을 줬나요?
“왓챠에선 원지현 이사님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어요. 이유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멋있기도 했었고, 성장시키는 법을 옆에서 지켜보며 배운 게 많았죠. 그렇게 사업을 운영하는 노하우와 직원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또 다른 부분은 사내 문화였는데요. 저는 조직문화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그재그가 20명일 때 입사했고 150명일 때 나왔어요. 그떄 30명 조직에서 5배 성장하며 생기는 잡음과 사업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두 회사에 다니며 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잡아갈 수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 일상에 스며드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거든요.”
지그재그 산업체 개발자 소속으로 근무하던 모습
Q. 전공을 살려 교사를 목표로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개발자도 돼셨고, 지금은 창업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어떤 경위로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경험하신건가요?
“저는 사람들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 바꿀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육이 그 부분에 걸맞다 생각해 교육학을 선택했어. 그런데 세상을 경험하며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1학년 시절 진행했던 창업학회 활동을 통해서 개발자가 있어야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개발자에 대한 갈망을 가졌어요. 왓챠에서 기획자로 근무할 때도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학교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전공 절차를 밟기 시작해, 지그재그에서 개발자로 근무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니 개발자가 안 맞았다는 걸 느꼈어요. 세상에는 저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안 거죠. 그래서 프로덕트 빌더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해보자는 느낌으로 앱을 만들었죠. 그런데 사용자 규모도 계속 커지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창업까지 뛰어들게 됐습니다.”
밀리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
◆ 밀리그램, 개인 헬스케어 어플의 신흥강자
Q.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서비스 중에 밀리그램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식단관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주위 사람들도 관심이 많았었죠. 특히 여성분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관리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개인적인 사연이 크긴 하지만, 동생과 여자친구가 일종의 섭식장애인 폭식증을 겪었어요. 생각보다 이런 형태의 식증 장애를 겪는 사례를 자주 보았고,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제작을 결심하기로 했었죠.
그러던 중 기존에 있는 어플들을 서칭해보니 대부분이 칼로리 기반으로 수치를 기록하는 방식이었어요. 그 방식이 번거롭고 힘들다 생각했었죠. 칼로리 측정이란게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양이 매번 다르잖아요? 식사할 때마다 이 앱을 켜서 기록하는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생각했죠. 저는 사람들이 강박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기록을 남기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했었고, 사진을 통한 기록 프로그램을 제작해야겠다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죠.”
밀리그램 앱 서비스
Q. 밀리그램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나요?
“처음은 식단 기록 서비스만 제공했어요. 올해 초반까지는 사용자 주도로 피드백을 중점으로 두고 개발을 진행했어요. 매번 비슷한 시간마다 같은 피드백이 왔었어요. 처음엔 운동량과 체중을 기록하고 싶다 했었고, 그다음엔 물을 측정하는 것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계속 기능이 확장됐었죠. 밀리그램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용자의 피드백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수익모델은 어떻게 갖춰져 있나요? 초기 자금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자금은 들어갈 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혼자 개발을 진행해서 커피 값 정도 들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서버비용을 충당해야 했는데, 4000만원 정도 규모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었죠.
수익모델은 내부적으로 프리미엄 기능을 탑재했어요. 통계화 시킨 자료를 묶어서 내놨어요. 그런데 이 때문인지 사용자가 급감하기도 했었어요. 이후 일부 기능만 프리미엄으로 묶어서 보냈고, 기본적인 기능을 무료로 전환했어요. 그렇게 이용자를 다시 유지할 수 있었어요.”
밀리그램 실제 사용기
Q. 지금까지의 밀리그램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개인적으론 기대 이상이에요. 개인사업자 앱으로 시작했던 것치고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기업으로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 단단한 서비스 제공하는 것이 목표
Q. 밀리그램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직 밀리글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있어요. 조만간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 유치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목표하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 연말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리뉴얼과 같은 작업은 어설프게 하면 이전 버전이 더 낫다는 피드백을 받는 사례를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 해요. 또 협업할 생각이 있어요. 현재 사용자와 해보고 싶은 건 많지만 진행되고 있는 건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사무실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형준 대표
Q. 밀리그램을 통해 이뤄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두 가지 정도를 이뤄보고 싶어요. 먼저 밀리그램은 혼자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저는 밀리그램을 플랫폼 내부에서 소통이 가능한 형태로 꾸며보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기록을 바탕으로 개인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먹는 식단에 따라 특정 음식을 권해주기도 하거나, 영양 상태에 맞춰 제시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거식증, 폭식증에 대한 상담창구를 열고 운영하는 방식도 도입해보고 싶어요.”
Q. 현재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면?
“사람을 만나보며 본인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지그재그를 다닐 때 창업 생각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때 다른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했다면 더 성장해 회사를 키울 좋은 기회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해요.
대학생 창업 같은 경우는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없다 보니 연차가 있는 분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실력을 쌓을 필요를 느낄 수 있어요. 노하우가 쌓인다면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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