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회사 단체 채팅 방에 알람이 울리는 걸 좋아하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애써 못 본척하려 해도 채팅 상단에 떡 하니 올라와 있는 업무 관련 메시지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사내 소통 창구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직장인들은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이와 같은 불만에 동조하는 이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서비스가 있다.
지난 2014년 출범한 스타트업 토스랩이 만든 업무용 협업 툴 ‘잔디’가 그 주인공.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토스랩은 잔디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4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출시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토스 랩 김대현 대표를 만나 잔디의 첫 시작과 앞으로 그려갈 미래에 대해 물었다.
협업툴 잔디의 김대현 대표
Q. 잔디는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잔디는 쉽게 말해 ‘회사판 카카오톡’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껏 대부분 회사는 비대면 소통창구로 카카오톡과 이메일을 함께 사용했는데요. 이는 파일 관리도 쉽지 않고, 보안에도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회사 사람들과 업무 내용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잔디는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고, 구성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자 개발된 툴로써 현재 국내 협업 앱 부문에선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이후 잔디를 찾는 수요층이 훨씬 두터워졌을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코로나19 이전에도 국내 업무 협업툴 시장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였던 것도 맞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업무 협업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죠.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가 80% 가까이 대폭 증가했어요. 기존에도 성장 그래프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면 코로나19이후 상승 곡선이 선명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Q.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잔디를 무료로 배포했다고 들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막 번지기 시작할 무렵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로 전환했는데요. 이때 중소기업은 비대면 근무를 할 만한 환경이 구축 안 된 곳이 많았어요. 비록 저희도 스타트업이고, 헝그리하지만 기업의 CSR(사회 책임경영)이 배부를 때만 행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잔디를 비대면 근무환경이 조성돼있지 못한 중소기업에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 중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요. 이때 저는 저대로 여러 강연에서 정부가 준비 안 된 기업들이 협업툴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때였습니다. 그 결과 잔디가 정부 바우처 산업에 선정돼 많은 중소기업이 부담 없는 가격에 잔디를 이용할 수 있게 됐죠. 이때 잔디와 연을 맺은 기업들 가운데 80%가 정부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잔디를 계속해서 이용하는 유료고객이 됐는데요. 이토록 잔존율이 높은 이유는 잔디를 경험해봄으로써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향상되는 걸 기업들이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스랩 사무실 전경
Q. 잔디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요. 특별히 업무용 협업툴에 관심이 갔던 이유가 있을까요?
“잔디를 창업하기 전 두 군데의 직장을 다녔어요. 첫 직장은 티머니였고, 두 번째 직장은 티켓몬스터였는데요. 티켓몬스터의 경우 직원이 30~40명일 때부터 1400명이 될 때까지 다녔으니 조직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저도 기획부장, 실장, 본부장, 그룹장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게 됐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조직이 커질수록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들다는 것이었어요.
직원이 밤새워 힘들게 작성한 보고서가 경영진 회의에선 3초 만에 버려지는 일도 생기죠. 이런 문제야말로 의사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봐요. 실제로 회사 다니면서 ‘의사소통 방식만 좀 효율적으로 개선돼도 정말 많은 문제를 해결할 텐데’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죠. 여기에 더해 일하더라도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기업 구성원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해주는 협업툴을 창업하게 된 거 같아요”
Q. 잔디의 경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초기 유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아요.
"잔디 출시 이후 유저 확보를 위해 행했던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고객이 평소 느꼈던 불편함을 상기시켜 '이 불편함을 해결하려면 잔디를 써봐!' 식으로 접근하려 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잔디를 쓰면 기술, 문서 유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 사람들에게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카톡을 온전히 사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어필했죠.
그리고 지금은 CJ, 아워홈, 무신사 등 대기업이 잔디를 이용 중이지만, 처음에는 스타트업 등 중소 규모의 회사부터 접촉했어요. 인지도가 없을 시기 바로 대기업 고객을 유치하기엔 전략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기업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계약을 트고 단계별로 고객층을 쌓아나간 결과 현재 대부분의 고객 유치는 기업의 선 제의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토스랩 사무실 전경
잔디의 글로벌 사용자 분포도
Q. 그간 잔디의 성과를 자랑해 주신다면요?
“4명이 모여 시작했던 회사가 어느덧 직원이 50명에 달하는 기업이 됐는데요. 잔디의 경우 출시 초기부터 ‘아시아에 특화된 협업툴’을 표방했던 만큼 아시아 전역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현재 6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잔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대만에서는 협업툴 부문에서 잔디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잔디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개발 당시 현지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보통 어떤 서비스를 해외에 진출한다고 하면 단순 번역 작업만 할 수도 있지만, 잔디는 나라별로 특화된 이모티콘을 지원한다거나 현지통화 결제를 지원하는 등 현지화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아시아를 넘어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 기업과도 파트너 협력을 체결했는데요.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전 세계 63개국에 퍼져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잔디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신규 고객이 들어온 케이스이죠”
매달 열리는 토스랩 타운홀 미팅 현장
◆누적 투자금 270억 원 달성
Q. 지금껏 잔디의 누적 투자금액은 270억 원에 달하는데요. 설립 초기 이렇다 할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투자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척박했는데요. 저희는 잔디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마땅한 성과 지표가 없을 시기에는 첫째, 투자자들 앞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둘째,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하고 셋째, 우리 팀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가에 대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 왜 하필 우리 팀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가를 투자자에게 어필하는 것인데요. 당시 저희는 팀파워, 즉 회사를 이루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출중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한 결과, 처음엔 투자를 거절했던 몇몇 투자자들이 시간이 흘러 투자의사를 밝힌 경우도 꽤 있는데요. 이 얘기는 결국 투자자분들도 협업툴 시장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협업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가지지 못한 잔디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예를 들어 대기업은 자원을 100 들고 있고, 토스랩은 20 들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가진 20을 협업툴에 올인하지만 대기업은 가진 리소스 중의 아주 일부분만 협업툴에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봐요. 더군다나 대기업은 작은 리소스조차 느린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쓸 수밖에 없죠.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토스랩은 협업툴 잔디에 배수의 진을 칠 태세로 모든 역량을 올인하고 있고 실제로 이용자들의 이용 후기에 귀 기울여 기능을 항상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잔디 공식 유튜브 캡처/ 잔디는 모바일, pc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100억 매출 달성이 목표
Q. 향후 잔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단기 목표는 매출 100억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잔디를 아시아 No.1 SaaS provider로 만드는 것인데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SaaS 기업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슬랙(Slack)을 꼽아요. 반대로 아시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SaaS 기업을 물으면 글쎄?라는 반응을 보이는데요. 바로 이 질문에 사람들이 ‘아시아에서 잘나가는 SaaS 기업은 잔디지!’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the_ad id="83037"]잔디 공식 유튜브 캡처/ 잔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이미지
Q. 대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대표님이 원하는 인재상이 궁금합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사이에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본인이 하는 일에 있어 주인의식을 느끼면서 일하고 싶고, 보다 자율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되 나름의 책임감을 가진 분들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업무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아요. 반면, 절차에 안락함을 느끼고 주어진 환경에서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분들은 아무래도 스타트 업보단 이미 체제와 시스템이 갖춰진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시작했다면 지속해서 일을 좋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리 좋아하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1년 넘게 지속하면 권태로워질 수 있잖아요? 그러니 평소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되, 계속해서 이를 좋아하려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 잡컴퍼니
viewjoba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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