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어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하지만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유니콘이 되기 위해선 사업 모델을 인정 받아야 하고, 사업을 운영하며 뒤따르는 고단한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진공청소기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다이슨은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 5000번의 실패를 겪었고, 결국엔 하나밖에 없는 청소기를 탄생시켰다. 그는 불확실성을 넘어 계속해서 도전해, 마침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한 사람을 ‘퍼스트무버’라고 부른다.
한국 산업 전반을 이끌어가던 트렌드는 ‘패스트 팔로워’였다.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은 시대에 편승할 수 있었고 이 전략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팔로워 전략은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사회에선 퍼스트무버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퍼스트무버 기업이 나타날 때마다 세상은 변해왔다. 그러나 이런 기업은 초기의 기술 불확실성을 홀로 감당하기도 한다. 결국 수많은 실패 앞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우리가 목도할 수 있었던 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오늘 만나 볼 기업 ‘뉴플로이’는 한국에 없던 분야를 개척한 ‘퍼스트무버’다. 당연하게 여기던 출퇴근 수기 기록을 자동화 시키는 데 성공했고, 더 나아가 회사에서 진행되는 소모적인 업무를 덜어내며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뉴플로이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본엔젤스, 캡스톤파트너스를 비롯한 유수의 투자 기관들로부터 총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으며, 15만개가 넘는 업장에서 서비스를 사용하기 이르렀고, 매 월마다 성장 지표는 우상향하는 중이다.
(아래는 김진용 대표와의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회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사나 급여와 관련된 업무들은 쪼개져 있지 않습니다. 뉴플로이는 이 과정을 간편화시켜 출퇴근, 급여이체, 명세서발급까지, 모든 비즈니스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달려온 회사입니다. 저희 서비스 이용자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입니다. 이런 중소사업자들은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인사, 회계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거죠. 이런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덜고 비즈니스에 집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게 컸어요.
저희 회사가 출퇴근 기록기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작년 7월에 법인명을 뉴플로이로 변경했고, 그 다음달에 서비스를 리브랜딩 후 급여 자동화 서비스 ‘뉴플로이’를 출시했습니다. “
급여 업무 자동화 플랫폼 뉴플로이
회사 현황은 어떤가요?
“회사가 매우 고속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투자 유치를 진행할 계획이 있습니다. 구독을 통해 수익 모델을 가져오는 형태인 만큼, 성과측정지표로 월간순환 매출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작년 10월 뉴플로이 서비스를 내보내고, 뉴플로이는 현재까지 전월 대비 평균 2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창업 이전엔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저는 기계공학과를 전공해, 삼성전자에서 신사업 프로젝트에 소속돼 R&D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음식점을 차렸어요. 뜬금없이 느껴질 수 있지만 제 인생의 가치가 재미에요. 처음에 신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장해 나가는 게 즐거웠어요. 그렇게 신사업이 정식 부서로 올라가니 대기업 프로세스가 너무 지루하게 느껴져 학교에 갈지, 다른 일을 할지 고민했죠.
삼성전자 재직 시절의 김진용 대표(왼쪽아래)
그런 말이 있잖아요? ‘개발자의 말로는 치킨집’이라고, 젊을 때 망하면 복귀할 수 있지만, 은퇴해서 망하면 복귀가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겸사겸사 일도 쉴 생각으로 맥주 프랜차이즈를 받아서 열었어요. 제가 장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 방법이 없었죠.
프랜차이즈를 하더라도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최대한 돈을 세이브하기 위해서 직접 용산에 있는 음향기기를 들고 와 설치하는 식으로 돈을 절약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가게를 3년 정도 운영했다가 적자가 나서 사업을 접었고, 이후에 다른 아이템으로 2개 정도 창업했는데요. 두 번 다 실패해서 사업을 접었던 기억이 있네요.”
맥주집 운영시절 가게 전경
창업을 3번 정도 거쳤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배운 게 많았을 듯합니다.
“제가 기억에 남았던 게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대표가 기술에 빠지면 회사가 망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제가 엔지니어 기질이 있어서 혼자서 제품 고도화에만 집중했었죠. 고객을 찾아가 설득하고, 깨지고 하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유저도 없는데 앉아서 개발만 했어요.”
이후, 나온 서비스가 알밤이었나요?
“아니요, 알밤은 제가 맥줏집을 운영할 때 만들어서 쓰고 있던 앱이에요. 제가 알바생들을 근무기록을 관리하고 급여를 계산하는 게 너무 귀찮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태블릿을 사놓고, 출퇴근할 때 태블릿으로 인증사진을 찍으라고 했어요. 그러면 파일에 시간이 같이 저장이 돼요. 그러면 그 파일을 제가 만들어둔 엑셀에 녹여내서 자동으로 급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사용했어요.
2017년 알밤 서비스 초창기 화면
그마저도 귀찮아져 GPS 기능을 적용한 앱을 만들었어요. 가게 근처에서만 출근이 가능한 방식으로요. 그때가 13년도쯤이라서 GPS 기능이 원활하지 못했어요. 가게로 와도 마지막에 통화한 기지국을 중심으로 위치가 찍혔던 거죠. 그래서 한 번 더 변경해 와이파이로 인증할 수 있게 변경했어요. 그렇게 직원 관리에 사용하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가게를 접었던 거죠.
이후에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할 당시 쓰던 앱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어 급하게 준비해 런칭했어요. 만들고 2달 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KBS에서 방송한 ‘황금의 펜타곤 시즌 2’에 출연해 1회 때 방송을 타고나서 곳곳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땐 제가 모든 업무를 담당했었어요. 영업, CS, 개발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았죠. 어디를 가든 직접 장비를 설치해줬어요. 이후 KDB 스타트업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본엔젤스를 만나 투자를 받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네요.”
KDB스타트업 대상 수상(오른쪽)
그렇다면 이후 알밤 서비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고 있나요?
“알밤은 현재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수십만 정도고요. 해지율은 2~3%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현재 15만 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용 중입니다. 알밤은 타깃이 중소사업자인 만큼 전면 무료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수익 모델은 작년 10월에 새롭게 출시한 뉴플로이 서비스 금액으로도 충분히 돌아가고 있는 상태죠. 사실 저희 화사하면 떠올리는 게 알밤이 대부분이에요. 저희는 알밤이라는 이름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서비스에 집중하고 싶어요. 조만간 이 두 서비스를 합쳐서 통합 작업을 시작하려 해요.”
급여이체·근태관리 서비스를 통합한 뉴플로이 플랫폼
승승장구를 이어간 뉴플로이에도 위기라고 할 만한 순간이 찾아온 적이 있을까요?
“16년도 1월에 돈이 떨어졌고, 그해 11월에 18억 원을 두 번째 투자받았습니다. 돈 없이 11개월을 버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직원 월급을 주려고 대출을 받았었죠. 그렇게 신용도가 7등급까지 내려갔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신용도 관리를 잘못하면 큰일 난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죠. 회복하기까지 총 3년 정도 걸렸어요.
대표들도 사업을 시작하면 초기엔 월급을 많이 받는 게 절대 아니에요. 대출받는 것도 과정이 너무 까다로운 자리였어요. 제가 그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 라운드를 돌면서, 미친 사람처럼 미팅을 잡고 인사드리고, 피티를 했어요. 전 기억이 안 나는데 다른 분이 말하길 제가 투자자들한테 ‘투자 안 하셔도 저 안 죽어요’라고 말했대요.
회사가 그 정도로 힘들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나가기도 했어요. 그때 같이 밤새워서 버그 잡던 친구들이 함께 남아서 지금까지 같이 성장해올 수 있었어요. 그때 함께한 CFO가 현재는 7년째 같이 일을 하고 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아이템이 퍼스트 무버 취급을 받아서 투자받기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힙한 아이템이었다면 덜하지 않았을까요?”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시장을 열고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금 와서 다른 후발주자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직원들에게 남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것만 하자고 자주 얘기해요, 우리 최대 장점은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아무도 뛰어들지 않은 시장을 구현하려다 보니, 작은 것을 바꾸는 과정 하나에도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내부 고민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그러니 후발주자 들 것을 굳이 보지 말고, 우리 할 것을 하자는 느낌이 있어요.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린 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이유를 알고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이게 퍼스트 무버가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요? 이런 이유로 살아남으면 장점이고, 죽으면 단점이 되는 거죠.”
긴 시간 동안 사업을 하셨는데, 지금 와서 과거를 돌아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4월을 기준으로 누적 급여처리 금액이 9,000억 원을 돌파했어요. 7월에는 1조 원 돌파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에요. 누적 출퇴근 기록은 1억 건을 돌파했죠. 이런 비즈니스는 저희가 처음이에요.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이 누적 100억 원 이상이에요. 어디 한 곳에서 크게 들어온 적이 없었던 만큼, 매번 품팔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한국에서 성공 사례도 없으니 투자유치가 너무 힘들었었던 기억이 있네요. 투자 라운드마다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고, 스케일업에 성공해 성과로 증명했죠.
그 덕인지 지금은 HR 서비스를 보는 뷰 자체가 많이 바뀌긴 했어요. 저희 뉴플로이는 단계별로 계속 밟아온 게 도움이 많이 됐죠. 저희 투자사를 보면 2~3회가량 추가 투자를 진행한 경우가 많아요. 지금 목표한 곳까지 왔고, 뉴플로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초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에요.”
급여계산 어플 '알밤'의 누적 거래액
뉴플로이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근로 데이터에 기반한 IT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요. 임직원에게는 많이 모인 유저를 기반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사업주나 인사 급여담당자에겐 업무 자동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놓아가고 싶어요. 저희 회사 이름처럼 ’new kinds of employee & employer’처럼 새로운 형태의 근로관계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둘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테크 회사를 꿈꾸고 있는 거죠.”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는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창업을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젊은 나이치고는 다양한 일을 겪긴 했어요. 대기업도 다니고 음식 장사도 하고, 망해보기도 했죠. 세상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을 벌이고 만들고 진행하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창업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창업해도 고통스러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첫 아이템이 끝 아이템이 아니니까요. 시작했다가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특히 모든 걸 쏟고, 빚지면서 하지 마세요. 최근엔 벤처 투자사도 많아지고 스테이지도 체계화됐으니 한 단계씩 거치며 검증을 받으며 진행하는 것을 추천해요.”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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