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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신’ 위치 기반 서비스로 시작해 푸드테크 분야로 나아가지금은 국내 직장인 점식 책임져직장인뿐 아니라 일반인 위한 B2C 나아갈 계획

국내 400개 업체에 재직 중인 10만 직장인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 대기업이 경영 효율을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식신’은 이 분야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필두로 2010년에 처음 ‘씨온’을 설립했고, 이후 ‘식신’으로 사명을 바꿨다. 식문화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푸드테크 서비스로 방향을 잡아갔다. 월간 사용자도 나날이 늘어나며 성장세를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본격적으로 O2O 서비스가 범람하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맛집 검색을 위해 포털을 찾기 시작했다. 식신이 기존에 서비스하던 맛집 콘텐츠로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 당시 식신을 이끌던 안병익 대표는 그 상황을 두 손 놓고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그는 식신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으로 눈을 돌렸다. 안 대표는 식당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유심히 살폈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10cm가량의 작은 종이였다.

그는 “식권을 종이로만 사용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렇게 식권을 모바일 형태로 옮겨 ‘식신 E-식권’을 만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소상공인과 제휴를 맺어 식권 사용처를 넓히며 범용성을 잡아갔다. 그 덕일까 식신은 안정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매해 연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다. 식신 E-식권 서비스는 론칭한 지 6년 만에 5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푸드테크 시장의 규모는 20조 원대로 추정된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며, 지속가능한 산업 분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두 번씩이나 창업 전선에 뛰어든 안병익 식신 대표를 만나, 푸드테크 기업으로 전향한 식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계획에 대해 들었다.

 

식신을 설립하기 이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1993년 KT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전자 지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향후 핵심 기술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당시 사내벤처로 포털에 서비스를 론칭했고, 포인트아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위치기반 서비스 기술을 공급했어요. 쉽게 말하면 휴대폰 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였죠. 시장의 호응이 좋아서 2006년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상장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이후 서비스를 더 크게 키워줄 수 있는 곳에서 인수 제의가 와서 매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죠.

 

지금이 두번째 사업인가요?

이후 2010년부터 씨온을 창업했어요. 보다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죠. 씨온에서 제공하는 SNS 서비스를 사람들이 이용하며 남긴 데이터를 볼 수 있었어요. 그때 발생한 체크인이 약 1억 5000만 건에 이르렀어요. 씨온을 운영하며 발생한 데이터를 뜯어보니 상당수가 식당, 카페 등 맛집을 방문해 위치를 남겼어요. 이 데이터를 활용해보자고 생각해서 2013년부터 사람들이 방문한 장소를 모아 참여형 맛집 정보 서비스앱인 ‘식신’을 세상에 출시할 수 있었어요.”

 

KT에서 처음 전자지도를 연구하기 시작한 안병익 대표

기업 상장에 성공하고 다시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스타트업은 직접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부분에서 대기업 프로세스와 차이가 생겨요. 직접 시장에 뛰어들고 서비스를 론칭하고 즉각적으로 이용자 반응을 볼 수 있어요. 제 손으로 뭔가를 일궈내고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부분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때가 한참 아이폰이 등장할 시점이었어요. 스마트폰이 나타나니까 이제 곧 모바일 시대가 가까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위치 기반 서비스의 활용성이 더 커지겠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어요. 제가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이 서비스는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했었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죠. 이미 한 번 상장 경험이 있기도 했고, 자금도 있어서 잘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한 번의 성공이 다른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더라고요. 모든 창업자가 처음엔 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요?”

 

미팅을 진행중인 안병익 대표

모든 창업가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고요?

“앞서서 창업의 가장 큰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10%인 듯해요. 나머지 90%는 어려움과 난관과 힘듦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첫 사업에도 겪었던 문제였지만, 두 번째 사업도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급여가 밀린 적이 있었어요. 구성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월급을 줄 수 없으니 얼굴 보기도 미안했었죠. 좋은 직원과 함께했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줄 수 없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상황을 비관하고 한탄하면서 손을 놓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직원들이 있다고 믿었고,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도 믿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도전을 이어가야만 했어요.”

 

식신은 작은 방에서 시작했다.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

식신은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어디서 찾았나요?

“식신에서 맛집 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며 수익 모델을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현재 맛집을 찾기 위해 대부분은 네이버를 사용해요. 어떻게든 수익창출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식신을 운영하며 자연스레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했죠. 직접 식당에 가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직장인들이 오가며 장부를 쓰거나 종이로 된 식권을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식권을 모바일로 옮긴다면 분명 수요가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시장을 뜯어보니 국내 2000만 직장인의 식대 시장이 35조 원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식사와 이어지는 문제라 기업의 복지 정책과도 이어질 수 있었어요. 기업 입장에서도 식대를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모바일 전자 식권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안병익 대표는 식신을 설립하고 사업이 성장하자 여러 매체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갔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B2B로 잡았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효율성이 있고 좋은 서비스라 해도 기업의 임원진이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시작조차 할 수 없어요. 이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희 같은 경우는 긍정적인 케이스를 발굴해갔어요. E-식권을 도입한 이후 경영에 있어 효율적인 측면이 생긴다는 부분을 강조했죠.

 

기존에 장부를 쓰는 회사에서 E-식권을 도입하면 평균적으로 경비가 20% 정도 줄어요.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었고, 회사 시스템 및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거죠. 게다가, ESG 경영이 또 화두예요. 그러다 보니 비리를 줄이고 장부를 투명화하려는 의지를 많이 내비치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이걸 도입하려고 연락이 오기도 하죠.”

 

현재 E-식권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매출은 매해 두 배씩 성장하고 있어요. 2015년부터 식권 서비스를 시작해서 2018년도에는 180억 원, 2019년에는 340억 원, 그리고 작년에는 500억 원 정도 거래액을 달성했어요.

매출이 두 배씩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저희 서비스의 재계약률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새로운 고객사가 추가로 들어오기 때문에 작년에 500억 원을 기록했다면 올해도 동급, 아니면 그 이상으로 갈 수 있는 거죠. 이렇게 꾸준히 성장해나가고 있는데 시장이 아직 워낙 크다고 생각해요. 지금 고객사도 일부 사업장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나머지 사업장도 적용한다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죠.

 

모바일 E-식권의 매출액은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진짜 핵심 시장은 회사에서 식대를 지급하는 회사들이에요. 한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직장인의 식비가 35조가 넘어요. 그중 절반은 식대를 지급하는 회사는 17조 정도에 이르러요. 식대를 지급하기보단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경비 처리 면에서 더 효율적이에요. 이 부분을 공략할 수 있으면 엄청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현재 저희 식신 E-식권은 400개 회사에서 10만 명이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사용하는 곳은 삼성을 비롯해 포스코, 현대, LG 등이 있고, 게임 업계에선 NC, 넥슨, 스마일 게이트가 사용 중이에요.”

 

◆ 계속되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

식신 매출은 현재 고공 성장중입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사실 실패 경험이 많아요. 서비스를 새롭게 내고 철수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배달부터 시작해서 커머스, 예약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했었어요. 그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건 ‘식신 히어로’라는 배달 서비스였죠. 그땐 배달이 성행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래서 배달을 할 수 없는 맛집에다 라이더를 공급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처음에 쉑쉑버거가 강남 지점에 오픈했을 때, 저희가 배달을 담당했었고 많은 인기와 이용자 반응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때 경쟁하던 서비스가 지금은 요기요로 흡수된 푸드플라이였어요, 이후 배달의 민족에서 배민라이더를 만들었고, 시장이 혼탁해지기 시작해 사업을 철수했죠.

 

식신 히어로는 당시 배달서비스를 중개해주는 서비스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것 말고도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는 ‘알리페이’, 레스토랑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 식당 선결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모두 철수했어요. 거듭되는 서비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어요.”

 

식신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가 있나요?

“현재 E-식권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내년부터 일반인을 위한 서비스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와 제휴 맺은 직장인은 식당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제휴 맺지 않은 곳이 아직은 더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식신 페이’를 기획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B2B에서 그치지 않고 B2C 형태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은 소망을 덧붙이자면 지금 서비스 중인 E-식권을 안정권에 올려두고, 식신이 원래 제공하던 맛집 콘텐츠를 필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집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요.”

 

글로벌 진출도 염두하고 계신건가요?

“식신이 해외로 뻗어 나간 만큼 E-식권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E-식권 같은 경우가 사실 대한민국 외에는 서비스하는 곳이 별로 없어요. 특이하게도 저희 같은 서비스를 보고 일본이나 중국 또는 동남아에서도 해볼 만하다 이런 얘기를 접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 시도할 예정이에요.

저희 고객사 중에서도 해외 사업장을 소유한 곳이 있는 만큼, 기존 고객사를 바탕으로 해외 확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맛집 서비스 같은 경우도 해외 진출을 대부분 많이 했거든요. 인도의 경우도 8개국에 진출해서 지금 서비스를 하고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 식신도 해외 맛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 시장을 규모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푸드테크 시장은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배달처럼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목표에요.”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요.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위한 소양이 있다면요?

“제가 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할 할 때마다 창업을 말려요. 그런데 막상 말리는 게 아니라 할 거면 제대로 준비해서 끝까지 가야 하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창업자는 마음 따라서 휩쓸리지 말고 소신이 있어야 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겠다고 하는 그런 소신을 지켜야 해요.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안병익 대표

많은 분이 성공 사례만을 보고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울 텐데, 사실 어려움 없이 성공하신 분들은 정말 수만 명중에 한 명도되지 않을 거예요. 사실 창업자 대다수는 다 어려운 시기와 힘든 시기를 거쳐야 하죠. 자기 인생에서 의지를 갖추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어서, 자기 생각을 관철할 수 있는 분이 창업에 어울려요.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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