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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여파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감염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등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웃도어 관련된 장비와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등산, 아웃도어 앱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등산 앱 트랭글에 20,30대 이용자들이 급증했다. 트랭글은 2011년에 처음 론칭해 아웃도어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실시간으로 등산객의 경로와 위치를 보여주며, 코스 정보, 운동 데이터, 칼로리 소모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통계자료를 제공한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이동 거리를 바탕으로 한 랭킹 및 경쟁 시스템이 마련돼있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트랭글의 현재 회원은 168만 명에 이르렀고, 3년 이상 사용하는 사람들이 30%에 이르며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트랭글을 선보인 ‘비글’은 2005년에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다. 주로 내비게이션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여러 풍파를 이겨내고 2010년 사업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선보인 트랭글은 현재 비글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됐다. 비글을 설립한 장치국 대표는 내비게이션 회사에서 몸을 담으며 경험을 쌓았고, 퇴사 이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느덧 기업을 운영한지 16년 차에 접어든 장치국 대표의 첫인상은 마치 2년 차 스타트업 같았다. 장 대표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사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어떤 연유로 긴 시간 동안 이런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의 발자취를 기록해오며 회사를 성장시켜 온 장치국 비글 대표를 만나, 장 대표가 걸어왔던 길을 함께 돌아보았다.

 

장치국 비글 대표

16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셨다고요. 시작은 어땠나요?

“당시 내비게이션 회사에서 일을 하며 해외 시장을 보고 가능성을 봤어요.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었죠 단. 예를 들어 당시 2005년도 최신 지도와 2003년도 지도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의 가격이 달랐어요, 업데이트하려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업데이트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에 흥미를 느끼고,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평생 무료를 내세웠기 때문에 국내에선 신생 업체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퇴사한 개발자 2명과 지금의 부사장 총 4명이 자본금 5,000만 원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니 모두 없어졌어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택했고 직원을 늘릴 수 있었어요. 이후 몇 년 동안은 개발에만 집중했어요. 초기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단말기 유통, 마케팅, 해외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외주 개발을 맡았어요.

 

그러던 중에 삼성전자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당시 내비게이션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달라고 부탁받았죠. 계약금이 30억 원 규모에 이르렀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으론 최대 규모인 거죠. 그런데 개발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 2009년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장치국 대표는 영국에 특화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었다.

어떤 사건이었나요?

“구글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며 전부 무료 제공하겠다 발표했습니다. 유럽에 있는 모든 내비게이션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단말기를 50% 할인해서 팔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삼성전자가 굳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어졌죠. 3년에 가까운 시간을 개발에 몰두해 탑재해서 보내기만 하면 끝이었는데 모든 시장이 가라앉은 거죠.

 

삼성 측에서는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당시 유럽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직원한테 연락이 왔어요. 삼성에서 사업을 접었다고 말이에요. 이미 팀은 해체된 상태였고, 몇몇 직원이 남아 마무리하는 단계였죠. 물론 계약금은 30억은 챙겨줄 테니, 사업을 정리하라고 전달받았어요.

 

저희는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도 떠나보낸 상태여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습니다. 귀국 후 사무실로 갔는데 직원들한텐 이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밤을 새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다가 결국은 사업이 철수됐다는 이야기를 전했죠. 이후 7개월 8개월 정도를 어떻게 살지 고민했습니다.”

 

장치국 대표는 협업 이후에도 영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기도 했다.

사업 철수에 따른 어려움이 많았을 듯해요.

“그동안 매달렸던 프로젝트가 없어지니 목표 의식이 없어진 셈이었죠. 8개월 동안 방황하는 기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스마트폰 중심으로 개발을 시작하려 했어요. 사업 전환을 결심했는데 모두 윈도 기반의 개발자들이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료들이라 새로 팀을 꾸릴 수가 없었어요. 이전에 3년 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며 이제 꽃을 피울 시기에 기회가 사라졌으니까요. 그래서 처음부터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을 하던 사람들이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시험 삼아 만들어본 블랙박스 소프트웨어가 일본까지 수출되기도 하며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전환하며 초기 개발자들과 모바일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업 초기에 공부했던 책 (오른쪽)

트랭글은 어떻게 출시하게 됐나요?

“당시 삼성에서 사업을 철수하며 관련된 인력들이 휴대폰, 카메라 이런 부서로 흩어졌어요. 그분들과 저희가 협업을 했어요. 길을 잃은 사람끼리 모여가지고 휴대폰 사업부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카메라 쪽은 카메라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나아간 거죠.”

 

사진을 촬영하며 위치를 기록하는 지오태깅 기술을 만들었다. 당시 지오태깅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다.

“이후 삼성이 옴니아를 준비 중이었는데,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비게이션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렇게 ‘셰르파’라는 등산 내비게이션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았지만 서비스 자체가 수익을 내진 못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아웃도어 관련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어요.

 

이 아이템을 활용해 서비스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게임화를 선택했어요. 경쟁 요소를 첨가했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랭킹 시스템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활동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운동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인증 시스템도 구축했었죠. 지금의 트랭글은 이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됐습니다.”

 

트랭글을 처음 만들 당시 함께했던 팀원들

서비스 초기 반응은 어땠나요?

“2011년에 첫 론칭했을 당시 베타서비스였고, 2012년 2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하루 가입자가 50명에서 80명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2012년 말 정도 되니까 하루에 500명씩 가입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13년도에는 하루에 1500명씩 신규 가입자가 생겼었죠. 그 이후로 2013년도에는 1년간 플레이스토어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어요.

 

당시 시험 삼아 내본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리니까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틈도 없이 회원이 늘어났어요. 서버 대응이 어려워 주말만 되면 서버가 다운되는 건 기본이었어요. 그렇게 운영하면서 2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개선을 거쳤다. 겉은 멀정한데 속은 골병이 든 시스템이었어요.

 

트랭글의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 숫자는 30만 명 정도 있습니다. 1일 사용자 수는 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요. 그 사람들이 이용한 덕에, 하루에 들어오는 거리 정보량이 50,000~80,000km 정도에 이릅니다. 이 수치를 변환하면 지구 두 바퀴 분량의 데이터가 하루에 모이게 되는 거죠. 10년간 이런 데이터를 모은 곳은 저희 외에는 없습니다.”

 

장치국 대표

타사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트랭글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운동을 하고 리워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저희가 처음이었습니다.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죠. 인증 시스템을 만들어 코스의 80%를 걸으면 배지를 줬어요, 타사에서도 비슷한 걸 내놨습니다. 그런데 트랭글은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으면 배지를 주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생긴 듯합니다. 인증받을 수 있는 허들을 높이니 오히려 인기가 많아졌어요.

 

사람들의 노력을 존중하기 위해 어뷰징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어요. AI를 도입해 꼼수를 부리는 부분이 있으면 모두 색출 해내요. 예를 들어 러닝 한다 해놓고 자전거를 탄다든지, 자전거를 탄다 하고 버스를 탄다는 방식을 모두 걸러낼 수 있어요.”

 

트랭글을 통해 트레킹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듯해요.

“매년 랭킹 100위안에 드는 사람을 초대해 이벤트를 열었어요. 식사 대접을 하고 인증서를 드렸는데 한 분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그분의 버킷리스트에 트랭글 1위라는 목표가 있었던 거예요. 매일 새벽 4시부터 걷기 시작해 출근하셨고, 길이 짧으면 돌아서라도 갔어요.

 

주말에도 쉴 틈 없이 걸었어요.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를 물어봤었죠. 그분이 말하길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가도, 2등이 꾸준히 쫓아오니까 경쟁심 덕분에 계속 움직였다고 하셨어요. 원래 쇼핑이나 소비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는데, 트랭글 덕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해요. 당시 행사 자리에서 고맙다는 의미로 100만 원을 주시고 가셨어요.

그런데 매번 기쁜 일만 있을 순 없었어요. 너무 과도하게 산행을 감행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분들도 있었어요. 관절이 상한다던가, 다치는 일은 허다했죠. 그리고 심지어 랭킹을 올리기 위해 휴가를 내기도 하셨어요. 운동을 재밌게 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지만, 경쟁 시스템으로 만 흘러간 거죠. 이런 사건 때문에 트랭글을 욕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이후 랭킹 시스템을 전면에서 모두 삭제하고 작은 배너로 교체했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게 말이에요. 그리고 거리에 따른 랭킹과, 꾸준함에 따른 계급을 만들어두니 한층 해소될 수 있었죠.”

 

상위 랭킹 100명을 초대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왼쪽) 뿐만 아니라 정기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오른쪽)

트랭글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할 정도로 수익이 없었어요. 트랭글은 기본적으로 무료 플랫폼이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 수익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내부에 있는 콘텐츠를 팔거나, 상품을 팔기도 하죠. 또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서 수익을 만들어요. 그런데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빅데이터에요. 트랭글이 플랫폼 서비다 보니 여러 모듈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비글은 여러 단체에서 성장성과 사업 아이템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저희가 하루에 들어오는 거리 정보량이 50,000~80,000km 정도가 들어와요. 이 수치를 변환하면 지구 두 바퀴 분량의 데이터가 하루에 모이는 거죠. 이 운동 데이터가 10년 치 쌓이다 보니,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의 아웃도어 액티비티 활동 데이터를 모은 회사가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10월에 단풍 시즌에 치악산, 북한산을 많이 가요. 어떤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어디에 트래픽이 발생하는지를 저희 데이터를 이용하면 알 수 있어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방면으로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 쪽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해지냐 그렇진 않아요. 운동을 많이 해도 쇠약해지는 사람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몸에 맞는 운동이 있어요. 이런 데이터를 고려해서 맞춤형 운동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데, 건강 데이터는 없어요. 그래서 이를 활용해 건강 데이터와 취합해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안전 산행을 위해 활동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장치국 대표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려요

“저는 27살에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간 직장 생활 후 30대 초일 때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땐 3년 안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16년간 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시작조차 안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나와 함께하는 사람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의미 있었어요. 제가 하기 싫다고 해서 갑자기 사업을 접으면 함께 달리던 사람들은 남는 게 없으니까요.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새로운 꿈과 목표가 계속해서 생겼어요. 그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6년이 흘렀네요.”

 

인터뷰에 응하는 장치국 대표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을 위해 전 세 가지 이야기를 주고 싶어요. 먼저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말고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이해하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을 듯해요. 두 번째는 때를 기다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업이라는 게 자기 능력이 좋아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올 때까지 버티면 분명히 기회가 와요. 저희가 수익모델 없이 버티다가 결국은 10년간 쌓인 데이터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거든요.

 

마지막은 사업을 하다 보면 하루에 감정이 수십 번씩 바뀌어요. 상황에 따라서 반복되는데 인풋하고 아웃풋이 같으면 못 버텨요.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하거든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해요. 나한테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처 방식이 긍정적이어야 주변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어요. 이 세 가지를 지키면 성공을 보장하진 못해도 오래 버틸 순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잡컴퍼니 석영

출처 장치국 대표, 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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