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직장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월급날.
월급이 입금됐다는 알림이 울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만, 월급 명세서를 들여다볼땐 인상을 찌푸리는 직장인들이 많을 텐데요. 납세의 의무를 지는 건 당연하지만 월급명세서에 찍혀있는 공제 금액을 볼 때면 “뭘 이렇게 많이 떼 가는 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때가 많습니다.
최근 이 같은 불만을 품고 있던 직장인들의 눈길을 끄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요. 분명 월급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실 수령액은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나온 것이죠.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보험료 및 근로소득세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직장인들이 월급 인상 체감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간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 통계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를 17일 공개했습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에서 공제되는 세금이 2010년 92만원에서 지난해 140만원으로 52.1% 증가해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50만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구체적인 금액을 살펴보자면, 2010년에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임금 449만원을 지급했다고 가정했을 시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92만원 공제해 실 수령액이 357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선 기업이 임금 575만원을 지급하면 근로자는 140만원을 공제한 435만원만 손에 받아들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 10년간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과 근로자들이 받아드는 실수령액 간의 차이가 확대되는 이유는 임금상승률보다 월급에서 떼어가는 세금의 인상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지난 10년간 고작 연평균 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고용보험료와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각각 7.2%, 5.3% 늘어났는데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근로소득세 구조도 근로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1.5% 씩, 같은기간 근로소득세는 임금인상에 따라 연평균 5.3% 씩 증가했는데요. 정리하자면 근로자는 근로소득세 인상과 물가 인상의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현상을 막고자 미국, 호주, 영국 등 여러나라에서는 소득세물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해당 제도는 세율,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가 과도하게 오를 시 이를 반영해 세액을 하향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해당 연구결과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연평균 2% 증가하고 있어 연평균 1.5%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보단 높지만 중간에서 공제하는 금액이 많다보니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소득은 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는데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접한 네티즌들은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걷어가면서 마치 제 돈처럼 포퓰리즘 정치 펼치는 정치인을 보면 화가 난다”, “기름값, 비싼 물가는 조금씩 절약하면서 아낄수라도 있지 보험료와 근로소득세는 꼼짝말고 갖다 바치는 격이니 올라도 뭐라 말할 데도 없다”, “어중간한 월급쟁이는 사대보험, 근로소득 내느라 허리가 다 휘고 집 살 엄두도 못낸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임금상승률보다 임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가파르게 늘어 체감소득이 늘고 있지 않은 현실 속, 대부분 직장인들의 희망월급인 500만원을 받기 위해선 몇 년 가량 일해야 할까요? 구인구직플랫폼 사람인이 453개사를 대상으로 세전기준 월급 500만원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3.1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8세에 첫 회사에 입사했다고 가정했을 시, 42세가 되어서야 실수령액 500만원을 받게되는 셈인데요.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11.4년, 중소기업이 13.3년으로 대기업 근로자가 중소기업근로자보다 평균 2년가량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내집마련’을 위해선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까요? 올해로 서른살인 3년차 공무원 김모 씨의 올해 5월 월급 실수령액은 282만9480원이었습니다. 소방사 4호봉인 김 씨가 향후 월급을 단 한 푼도 안쓴다고 가정하면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기까지 2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때 기준으로 정한 아파트 금액은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4월 추산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9억1160만원입니다. 이때, 김 씨가 통계청이 발표한 1인가구 월평균 소비 지출 금액인 132만원을 매달 쓴다고 가정하면 내집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31년으로 길어지는데요. 이 모든 계산 역시 부동산 가격이 더는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유효합니다.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물가연동세제의 도입과 사회보험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근로자의 실수령액을 늘리고, 근로자의 체감소득을 상승시켜야 근로자의 생활도 보다 안정되고 내수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소득세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