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첫해만에 매출 100억을 돌파하고 사업을 개시한지 2년 만에 연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낸 이 브랜드를 창업한 사업주의 나이는 고작 26살에 불과했는데요. 성공한 청년창업가로서 대중강연에 멘토로 등장하기도 했던 그는 사업을 펼친지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10대들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기도 했던 이 브랜드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사연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청년 신화의 성공사례로 꼽혔던 한 젊은 사업가가 이뤄낸 성과가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토종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를 창업했던 황효진 대표의 얘기인데요. 스베누를 첫 론칭할 당시 황 대표의 나이는 26살로 본래 그는 아프리카TV에서 ‘BJ소닉’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 ‘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던 그는 2014년 이를 ‘스베누’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오프라인 시장에까지 진출했는데요. 황 대표가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황 대표는 스베누를 경영하면서 마케팅에 큰 공을 들였는데요. 창업 초기부터 아이유, AOA, 클로이모레츠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가 하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거액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주로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사업 개시 초기에는 잘 먹혀들어 스베누는 2014년에만 104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데요. 그 다음 해에는 전국에 100여 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했고, 이 중 본사와 매장으로 사용하던 합정역 앞의 4층 건물은 스베누의 성공을 짐작할 수 있는 외부지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는 성공한 청년창업가로 화제가 돼 수차례 연단에 서기도 했죠.
하지만, 단기간에 쌓아올린 성공은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부서졌는데요. 균열의 첫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스베누의 인지도를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운 마케팅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신생기업에 걸맞지 않게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한 것이 독으로 작용한 것이었죠.
황 대표는 2014년 당시 29억 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20억 7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광고비로 지출했는데요. 이때 전물 임차료 등 각종 제반 비용을 제하면 2억여 원의 적자가 난 상황이었음에도 황 대표는 출혈 마케팅을 이어나갔습니다.
황 대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적자가 난 상황에서도 2015년 82억 8700만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는데요. 대기업인 삼성화재(71억), 한국P&G(56억)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이죠. 이때 스베누에게 닥친 또 다른 위기는 품질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소비자은 스베누가 마케팅에만 열을 올릴 뿐 품질 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발에 물에 젖으면서 양말이 물들었다는 ‘이염’논란이 거세지면서 SNS 등지에서는 “비 오면 절대 신고 나가면 안 되는 신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2014년 문제가 된 제품군은 2016년이 돼서야 리콜을 진행했을 정도로 소비자의 불만 접수는 좀처럼 신속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부추겼으며, 미국 디자인 회사 로고를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마케팅 거품이 빠지고 나자 스베누의 경영악화는 가속도가 붙었는데요. 지난 2016년 1월 황 대표는 일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대급을 미지급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당시 스베누 제조를 맡은 부산 지역의 신발 제조공장 50여 곳이 6개월간 총 200억 대의 대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는데요. 한 협력업체 공장장은 본사로부터 28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며 스베누 본사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기자 회견을 열고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습니다. 그는 “중간관리 업체가 물품 대금을 횡령하고, 신발을 빼돌려 경영이 어려워졌다”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황 대표의 설명은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고, 스베누는 본사 자산 정리를 통해 미수금 120억 원 가운데 20%를 우선 상환한 뒤 2년간 나머지 금액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공동 채권단과 합의를 맺었습니다.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매출이 반 토막이 나자 황 대표는 이른바 ‘땡처리 판매’에 나섰는데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시장에 대량으로 푼 탓에, 가맹 매점보다 절반 가격으로 신발을 파는 매장이 생기면서 가맹점주들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2016년 당시 스베누 운동화를 99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전단지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본사의 ‘땡처리 판매’로 인해 101명에 이르는 가맹점주들은 최소 3천만 원에서 최대 2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떠안았다고 하죠.
이런 와중 정작 황 대표는 ‘더블 H의 자동차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자신이 보유한 차종을 자랑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스베누의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던 것은 아닌데요.
2016년 1월 황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꿔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으나 재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스베누는 사업자 등록을 한 지 2년 3개월 만에 영업을 종료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소식을 찾아볼 수 없던 황 대표는 2019년 다시금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는데요. 그 이유는 국세청이 고액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한 6838명에 대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을 당시 황 대표가 해당 명단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재작년 당시 그는 2015년 이후 부가가치세 등 4억 7600만 원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밖에 황 대표는 지난해 12월 8월 아프리카TV 방송국을 통해 자신의 최근 근황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지글을 통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라며 “형 사건 60건·민 사건 130건가량의 송사가 모두 정리된 상태”라고 밝혔는데요.
이어 “좋은 마음으로 사업체를 함께 이끌던 분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게 한 경영자로서 잘못을 인정한다”라며 그간 불거졌던 품질 문제, 대금 문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그는 “국내에서 만드는 신발들보다 더 비싼 가격에 만든 제품이 훨씬 많다”라며 “무지하게 돈만 많이 지급하면 좋은 품질이 될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다”라고 언급했는데요.
마지막으로 그는 “20대에 너무 많은 것들을 이루다 보니 최초에 목숨 걸고 살았던 자신이 한심하다”라며 “사실적인 내용을 보면서 끝까지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민망하지 않도록 잘 살아가는 보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운동화 브랜드에서 2년여 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스베누의 스토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최근 황 대표가 각종 송사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그가 사업 실패의 아픔을 딛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