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국내 고용 시장을 한층 얼어붙게 만들면서 취준생들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는데요.
은행권 퇴직 러시 이어져
예년보다 조건 좋아져
시중은행에서 2100여 명이 퇴직한 상태
비대면 업무 증가로 인력 축소 필요성 커져
퇴사를 고민하던 직장인들도 ‘요즘 같은 시국에 재취업도 쉽지 않다’라며 사직서 제출을 기꺼이 미루는 요즘, 난데없이 퇴사 러쉬가 이어지는 업계가 있습니다. 바로 은행권인데요. 올해 들어 은행권에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 규모만 4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예고된 시중은행이 급격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대체 무엇이며, 취업 시장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이러한 시국에 기꺼이 짐 싸 들고 회사를 뛰쳐나온 이들은 대체 어떤 이유로 퇴직을 결심한 것일까요? 은행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대급 퇴직러쉬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연합뉴스
올해 시중은행에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고된 가운데 역설적으로 희망퇴직자도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업계에 의하면 지난 7일 SC제일은행은 지난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는데요. 그 결과 약 500명이 희망퇴직을 자처했고 이는 2015년 이후 6년 만에 희망퇴직 최대치를 달성한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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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철수 결정을 내린 한국씨티은행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는데요. 만 3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시 최대 7억 한도 내에서 최장 7년에 한해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 기본급 100%를 특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2500만 원의 창업 지원금이 별도로 지급되는데요. 희망퇴직 조건이 좋은 만큼 업계에서는 3400여 명에 달하는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이미 4개의 시중은행에서 2100여 명이 퇴직한 상태인데요. KB국민은행에서 800명, 우리은행에서 468명, 신한은행에서 350명의 직원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씨티은행 예상 퇴직자 수를 더하면 올해 은행권 퇴직자만 4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12월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할 예정인데, 올해는 작년 574명보다는 더 많은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거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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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들어 희망퇴직을 접수한 기업들은 한두 군데가 아닌데요. 여기서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여타 다른 기업들의 희망퇴직과 다른 점은 기업 운영이 어려워 몸집을 줄이고자 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롯데쇼핑의 연이은 실적 부진 등의 여파를 견디다 못해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20년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세종호텔의 경우 코로나19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노조원 15명을 강제 희망퇴직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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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권의 경우 정부발 가계대출 관리 대책으로 이자가 오르면서 관련 마진이 증가함에 따라 역대급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조 5천억 원가량으로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했는데요.
이처럼 역대급 호실적이 예고돼 있음에도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임직원들 역시 미련 없이 짐을 싸는 이유는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인력 축소, 예년보다 좋아진 희망퇴직 조건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업계 중론입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연령·직위·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는데요. 이는 작년 산정 기준보다 많게는 수억 원까지 늘린 보상액으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작년보다 많은 지원금을 올해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은행별로 내건 금액은 각기 차이가 있지만 통상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할 시 약 4억 원 안팎을 받게 된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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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조건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 외에도 핀테크 업계에서 기존 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은행권 인사들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 임금피크제 등의 원인도 희망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점장 직위도 못 달고 임금피크제 때문에 차장 직위에서 퇴직해야 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희망퇴직으로 거액을 챙겨 늦기 전에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은행으로서도 갈수록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향후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꼽혔던 은행권에서마저 퇴직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증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