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100만 팔로워 이룩한 유튜버가
홀연히 떠난 이유
화장을 글로 배운 바람에 광대 화장을 하고 나왔던 하이킥 속 오현경의 모습, 기억나시나요? 요즘에는 이럴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모두들 화장을 유튜브로 배우니까요. 화장뿐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기술부터 일상 공유까지, 모든 콘텐츠를 아우르는 유튜브는 이제 가장 중요한 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오죽하면 연예인들까지 유튜브를 시작해 '생태계 교란'이라는 말까지 등장했겠어요.
출처: 뉴데일리
여기 연예인 못지않은 팔로워를 자랑하던 유튜버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죠. 1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구독자를 가졌던 그는 얼마 전 갑자기 유튜브로 계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엄마와 찰떡 케미 자랑하던 정선호
출처: 유튜브 Helen's Recipes
요즘 인기 있는 영상의 소재 중 하나는 '부모님 반응 보기'입니다. 부모님이 등짝 때릴 수준의 엉뚱한 짓을 저지르고 나서 부모님,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응을 보는 것이죠.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건 아닙니다. 외국 유튜버들도 자주 할머니 반응, 할머니와 랩하기 등의 콘텐츠를 선보여 가족 간의 친분을 과시하곤 하는데요.
출처: 유튜브 정선호
이번에 영상활동 중단을 선언한 정선호 씨도 본인의 어머니와 자주 영상에 함께 등장했습니다. 핑크색으로 염색한 채 본가에 가서 엄마에게 욕먹는 모습, 엄마와 스노우 어플로 얼굴을 바꾸는 모습, 엄마에게 무작정 애교를 떨다가 베개로 맞는 모습 등을 공개해 많은 호응을 얻었죠. 그는 유튜브 영상 만드는 데 정신을 쏟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엄마와 하는 콘텐츠를 시작했다는데요. 본인도 본인이지만, 거침없는 매력을 뽐내는 어머니의 입담 역시 100만 팔로워를 끌어들이는 데에 한몫했다고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악플의 상처
출처: 유튜브 정선호
그렇게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영상활동도 즐기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처럼 보이던 정선호 씨는 지난 11월 7일 갑자기 유튜브를 그만두겠다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가 밝힌 유튜브 중단 사유는 다름 아닌 '악플' 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응원해 주는 팔로워가 훨씬 많았고, 절대적인 악플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100개의 선플도 악플 1개의 상처를 씻어줄 수는 없었다는데요. 그동안 최대한 팔로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려고 노력해왔다는 그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지금 잠시 영상 공유를 중단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돌아오게 되었을 때 모든 악의적인 댓글에 대한 강경 대응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죠.
상상초월하는 악플의 수위
출처: 유튜브 정선호 / 유튜브 스팀보이
물론 모든 영상에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 의견만 남길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건설적인 비판과 단지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악의적인 댓글은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상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 '이번 영상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편집이 너무 어지러워 보기 힘들다'는 등의 의견을 남기는 것은 오히려 유튜버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퀄리티가 구리다'고 하거나 '얼굴이 못생겼다', '얼굴이 더럽다' 등의 인신공격을 하는 건 남에게 상처를 줘서 주목을 받아보겠다는 꼬인 심사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퀄리티 공격, 외모 공격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악질 중의 악질 댓글도 있습니다. 바로 가족 공격이죠. 곱게 말해 가족 공격이지, 정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험한 소리를 남의 가족에게 지껄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정선호씨 역시 가장 상처받은 댓글은 어머니를 언급하며 욕하는 내용이었다고 하는데요. 정선호씨는 그 내용을 전달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악플의 또 다른 피해자 스팀보이
악플에 고통받는 유튜버가 정선호 씨 한 사람은 아니겠죠. 작년에도 악플에 스트레스를 받아 몇 달간 영상 업로드를 중단했던 유튜버가 있었습니다. 귀여운 장난감, 군침 도는 먹방, 매력적인 고양이와의 일상 등을 공유해 88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스팀보이인데요. 그는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달린 악플들을 읽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혼자 상처받지 않고 악플러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헐리웃 스타들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직접 읽는 '민 트윗츠(mean tweets)'를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였죠.
하지만 그걸로도 악플의 상처는 순화되기 힘들었는지, 결국 유튜브 휴식기를 갖게 됩니다. 스팀보이 역시 정선호 씨처럼 자극적이거나 낚시질하는 콘텐츠 없는 '클린 유튜버'였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아쉬움과 함께 악플러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죠.
악플은 고소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상대방에게 욕설 등을 한 경우 인정되는 사이버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지게 되어있죠.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욕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장했다면 사이버 스토킹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장난으로, 누구를 향한 것인지 불분명한 분노 때문에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면 본인에게도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정선호씨가 하루빨리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즐거운 영상을 들고 돌아오시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