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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서열 1위, 

일본 여권이 해외에서 가지는 놀라운 권한

해외여행 나가서 잃어버릴까봐 가장 걱정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여행의 추억이 가득 담긴 데다 길 찾기, 숙소에 연락하기 등에 필수적인 스마트폰? 가장 좋은 환율을 적용받으려고 서울역까지 가서 바꿔온 현지 통화? 여행 막바지 쇼핑에 쓰려고 고이 들고 온 비자 카드? 모두 다 꼭 필요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여권입니다. 해외에서는 여권이 신분증 역할을, 그리고 국경을 넘을 때는 통행증 역할을 하니까요. 


실수로 여권을 호텔이나 식당에 두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악의를 가지고 남의 여권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국가를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한국 여권도 어둠의 여권 시장에서 꽤나 인기가 있는 편인데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일본 여권에 비하면 파워가 조금 약합니다. 2018년 10월 이후로 여권 서열 1위는 다름 아닌 일본 여권이니까요. 그런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여권의 서열을 정하는 걸까요? 또, 1등 여권을 가진 일본인들은 해외를 여행할 때 어떤 편의를 누리고 있을까요? 


헨리 여권 지수


일본 여권에 서열 1위의 영광을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헨리 여권 지수 (Henley Passport Index)'입니다. 이 지수는 영국에 위치한 시민권·체류권 자문 회사인 헨리 앤 파트너스에서 매년 발표하는데요. 2006년부터 시작된 헨리 여권 지수는 전 세계 200여 국가의 여권 파워를 비자 면제 여부, 국가 인식, 개인의 자유 수준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105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등급 분류에는 국제 항공 운수 협회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IATA)에서 제공받는 자료와 자체 자료를 함께 사용합니다. 또한 여권 지수 심사시에는 여권 소지자가 성인인 경우, 입국 목적이 관광 또는 사업인 경우, 체류 기간이 최소 삼 일 이상인 경우와 외교관 여권이 아닌 일반 여권을 기준으로 삼는다네요.


무비자 목적지 190개국


지난 2018년 10월, 미얀마는 한국과 일본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이전에는 50달러 (한화 약 5만 7천 원)을 내고 90일짜리 관광비자를 따로 발급받아야 했는데요. 지난해 국제 이슈가 된 로힝야족 핍박 문제로 유럽과 북미 방문객이 30~40% 감소하자 동아시아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얀마의 한 수는 일본이 여권 파워 1위로 올라서는데 직접적인 공헌을 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헨리 여권 지수 5~6위를 오가던 일본이 이로 인해 1위였던 싱가포르를 제치고 가장 많은 무비자 가능 목적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로써 일본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는 무려 190개국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뒤를 이은 싱가포르는 189개국,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와 독일, 프랑스 여권은 188개국에서 비자 발급을 면제받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런던 공항에서도 빠르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말은 해외여행을 위한 귀찮은 절차를 덜 거칠 수 있고, 비자를 발급하는 비용 역시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혜택인 것 같지만,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가끔 플러스알파로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죠.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의 전자여권 게이트 사용' 같은 혜택 말입니다. 


느리기로 소문난 유럽의 여타 국가들에서도 혀를 찰 만큼 영국의 입국 심사는 악명이 높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까다롭게 심사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연히 심사대 뒤로는 길고 긴 줄이 늘어서게 되죠. 


그런데 지난해 10월 28일, 영국 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예산 발표에서 재무부 장관 필립 해먼드는 '현재 EEA (European Economic Area, 유럽 경제 지역) 소속 국가의 국민들만 사용 가능한 히스로 공항의 전자여권 게이트를 5개국 국민에게 추가로 개방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5개국이란 다름 아닌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일본이었죠.


출처: 한국경제

미국이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국가인데다 오래도록 영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할 게 없습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는 대표적인 선진 영연방 국가죠. 이런 가운데 일본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전자여권 패스트 트랙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에 속하게 된 겁니다. 


써먹지 않으면 무용지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무리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도 써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사실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해외여행을 즐기지 않습니다. 일본 여행업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일본인 비율은 14.4%에 불과하다는데요.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국민의 비율 은 전체의 25%에 그칩니다. 일본 국민 중 3/4는 아직까지 해외에 나가볼 구체적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한국 국민의 여권 소지율이 40%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일본인 해외 유학생의 수도 감소하는 추세고, 일본의 직장인들 역시 해외에서의 근무를 꺼리는 현상 역시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죠. 다수의 일본 매체에서는 일본인 특유의 내향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일본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인 인지도를 생각하면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전 세계에서 여권 파워가 1등인데 정작 그 여권을 가진 일본인은 국민의 1/4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해외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하니 좀 아까운 기분인데요. 1등의 가치에 희소성까지 더해 여권 암거래 시장에서 일본 여권의 가격은 더욱 치솟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더 나아가 올해 발표될 헨리 여권 지수에서도 일본이 굳건히 1위를 지킬지, 대한민국 여권의 파워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