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에 공채입사?
5대 기업 총수들이 선택한 입사 방식
화려한 배경에 출중한 외모,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까지 갖춘 재벌 2세·3세들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캐릭터입니다. 드라마 속 재벌가 자제들은 주로 '실장님', 혹은 '본부장님'으로 불리는데요. 드라마든 현실이든 로열패밀리가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승진하는 경우는 드물겠죠. 오늘은 현실 속 재계 순위 1~5위의 기업 총수들, 기업 후계자들이 어떻게 회사생활을 시작해 현재의 자리에 올랐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삼성 이재용
출처 - 연합뉴스
한국 대기업 부동의 1위는 단연 삼성입니다. 2018년 삼성그룹의 자산 총액은 399.5조로 그전 해에 비해 36.3조가량 늘었는데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생활 시작 후 삼성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회장은 1968년 생으로, 23세였던 1991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합니다. 입사 시 직급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엇갈립니다. 공채 32기로 입사했다는 주장과 처음부터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했다는 주장이 있죠.
어쨌든 그의 입사 시기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기도 전입니다. 일반인도 대학 졸업 전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으니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4년 뒤, 일본의 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 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야기니까요. 게다가 그의 유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00년에는 하버드대학교 경영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죠.
출처 - 조선일보
심지어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승진까지 합니다. 입사 후 이렇다 할 근무도 하지 않은 이 부회장을 전격 승진시키는 것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죠. 이에 대해 윤종용 당시 삼성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유학 생활은 인재 육성 차원의 해외연수'라고 대답했다네요.
출처 - 주간경향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2003년에는 상무, 2007년에는 최고 고객책임자 직함을 답니다. 이어 2009년에는 부사장, 2010년에는 사장이 되죠. 2012년 말에는 부회장 자리에 올랐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는 그룹 경영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출처 - 뉴스웍스
현대자동차는 2018년 자산총액 222.7조를 기록하며 삼성의 뒤를 이어 재계 순위 2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죠. 그는 1970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1973년에는 현대자동차 이사로 부임합니다. 입사 이후 정몽구 회장은 24시간 현장을 지키며 자동차 정비를 배웠고, 이때 품질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하네요.
출처 - 아시아경제 / 현대자동차
자동차 서비스 사업에서 성과를 보여준 그에게 1977년, 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은 새로 설립한 현대 정공을 맡깁니다. 현대 정공이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40%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하고 야심 차게 출시한 사륜구동 SUV '갤로퍼'가 대성공을 거두며 신뢰를 주자, 아버지 정주영 전 회장은 현대 그룹을 그에게 맡길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출처 - 교통신문
사실 정주영 전 회장이 처음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정몽구 회장이 아니었는데요.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 시절 1년 유급까지 당했던 정 회장 대신, 성실한 학구파였던 5남 정몽헌을 염두에 두고 있었죠. 아버지의 관심이 이동하자 형제들 사이에도 분란이 일어납니다. '왕자의 난'이라 불릴 정도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정 회장은 현대 자동차를 포함한 계열사를 '현대자동차 그룹'으로 분리하여 물려받았는데요. 동생 정몽헌 회장은 현재 현대아산,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 건설 등을 물려받았지만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2003년 8월, 현대 사옥에서 투신자살하고 맙니다.
SK 최태원
출처 - J매거진
지난해 재계 순위 3위는 SK그룹에 돌아갔습니다. 전년대비 자산이 18.8조나 불어나며 총액 189.5조를 기록했죠. SK그룹의 총수 최태원 회장은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조카이자, 최종현 전 SK 회장의 아들입니다. 경영교육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아들들이 이공계열을 전공하기를 원했던 아버지 최종건 전 회장에 뜻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에 진학하죠. 고려대 졸업 후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유학을 마친 최 회장은 1992년에 SK(당시 선경)에 입사합니다. 직위는 경영기획실 실장이었죠.
출처 - JTBC
로열패밀리인 만큼 최태원 회장도 빠르게 승진합니다. 1996년에는 상무이사, 1997년에는 SK의 종합기획실장이자 대표이사 부사장 직함을 달게 되죠. 현대그룹과는 달리 경영권 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사실 SK는 현대보다 경영권 다툼의 여지가 더 컸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나 손자가 아닌 조카였기 때문인데요.
출처 - J매거진
최종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당시 너무 어렸던 아들 최윤원 현 SK케미칼 회장 대신 동생 최종현 회장(최태원 회장의 부친)이 그룹을 물려받았죠. 작은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 그룹 총수 자리를 가져오고 싶었을 법도 한데 최윤원 회장은 오히려 나서서 최태원 회장의 경영능력을 추켜세우며 최 회장이 대주주들의 대표권을 위임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하네요.
LG 구광모
최근 백색가전으로 가전제품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LG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 123.1조를 달성하며 재계 자산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LG그룹의 수장 구광모는 78년생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재벌 총수들 중 가장 젊고, 경영권을 이어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비즈니스워치 / 드림위즈
구광모 회장은 작년 5월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의 장남이자 양자입니다.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자인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들이죠.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합니다. 부장이나 실장 직함을 달고 입사한 다른 재벌 총수들에 비하면 평이한 시작이었죠.
출처 - 뉴스핌
승진은 다른 직원들에 비하면 월등히 빠른 속도로, 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이루어집니다. 2007년에는 재경부문 과장으로, 2009년에는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옮긴 뒤 2011년 차장이 되죠. 2013년에는 LG 전자 HE(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부장, 2014년에는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부 부장을 거치며 LG 전자의 핵심 사업을 모두 경험합니다. 이후 시너지팀, 경영전략팀,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부 상무를 거쳐 구광모 회장 별세 후 회장으로 취임합니다. 다른 후계자들에 비해 차근차근 승진하고 핵심 사업부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롯데 신동빈
출처 - oolpc / 중앙일보
2018 재계 순위 5위는 자산총액 116.2조의 롯데그룹입니다. 현재 롯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인데요. 1996년까지 한·일 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쳤죠.
출처 - Wikipedia / 중앙시사매거진
특이하게도 그의 첫 직장은 롯데가 아니었습니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꽤 오랫동안 일본 노무라 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했죠. 그가 롯데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1988년의 일인데요. 그해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고, 1990년에 호남 석유화학(현 롯데 케미컬의 전신) 상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 롯데에서의 첫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출처 - 시사뉴스투데이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동양카드, 한화 마트, 우리 홈쇼핑 등을 인수합병하며 롯데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렸습니다. 1999년에는 세븐일레븐 코리아 대표이사로, 2000년에는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함 그는 2004년 호남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와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았고, 2011년에 롯데그룹 회장으로 취임합니다.
2015년 7월 즈음부터 불거진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다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신동주가 일본 롯데를, 신동빈이 한국 롯데를 이어받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었던 시점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급작스레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이 둘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등에 업고 있었음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비롯 거의 모든 경쟁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패하는데요. 심지어 신동빈 회장이 수감 중이었던 작년 6월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하니, 이제 롯데의 경영권은 신동빈 회장으로 일원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