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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 세계 역대급 벼락스타로 

인정받은 유일한 한국인

한국 대중가요의 해외 진출에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합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 새로운 아이돌이 데뷔하면 해외에서도 거의 실시간 반응을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죠. 작정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해외로 끌고 나간 기획사로는 JYP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텐데요. 비, 원더걸스 등은 혹독한 훈련과 함께 미국 투어를 감행한 바 있죠. BTS는 이미 어느 정도 다져진 한류 시장과 K 팝에 대한 수요에 아티스트 자체의 잠재력이 더해져 폭발적인 시너지를 불러온 경우입니다.  


출처 - steemkr

그런데 여기,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아주 독특한 한류의 주인공도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처럼 외모가 출중한 것도, 해외 진출에 큰 뜻을 품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강제 진출을 당한' 케이스인데요. 최근 자신의 기획사 P NATION을 설립하며 새 발걸음을 내디딘 가수 싸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던 2012년 당시 국내외 반응이 어떠했는지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KGOU


저스틴 비버도 꺾은 조회 수


싸이는 2012년 7월 15일, 정규 앨범 <싸이육갑>을 발표합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바로 오늘의 주제인 '강남스타일'이었죠. 이 노래는 우선 한국에서 소녀시대, 카라, 비스트 등 쟁쟁한 아이돌을 제치고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합니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화끈한 퍼포먼스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었던 싸이이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이번 노래가 잘 먹히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출처 -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진짜 이변은 국내 음악방송이 아닌 유튜브에서 일어납니다. 싸이가 컬러풀한 슈트를 입고 유재석, 현아 등과 함께 등장해 익살스러운 '말춤'을 추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게시 100일 만에 5억 뷰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8억 뷰를 돌파한 당일인 11월 24일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baby' 조회 수를 앞지르는데요. 이걸 보고 신난 비버의 안티들은 강남스타일을 마구 클릭해 조회 수 증가에 도움을 줬다는 후문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처음의 폭발적인 반응 이후로 조회 수 증가는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결국 10억, 20억 뷰를 지나 30억 뷰까지 돌파하죠. 이 엄청난 조회 수 때문에 유튜브는 강남스타일을 위한 특별 조치까지 취합니다. 유튜브가 영상 옆에 표시할 수 있는 조회 수의 최대치는 32비트 정수형의 한계인 2,147,483,647회입니다. 30억이 넘어버린 강남스타일의 조회 수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64비트 정수형으로의 수정이 불가피했죠. 


출처 - 유튜브

조회 수만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추천 수도 만만찮았는데요. 앨범 발매일로부터 약 3년 뒤인 2015년 11월 3일, 세계 최초로 추천 수 천만을 달성합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고 즐거움을 느낀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 되겠죠. 


로비 윌리엄스를 웃긴 남자


출처 - UnitedKpop / 로비 윌리암스 홈페이지

연일 조회 수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에는 해외 유명 스타들이 싸이를 언급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국 국민가수 로비 윌리엄스는 7월 28일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이걸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올립니다.  뮤지션 티페인도 7월 30일 트위터에 "LMFAO'에게 경쟁자가 생겼다"면서 강남스타일의 가사와 안무를 표현한 이모티콘으로 흥겨움을 드러냈죠.


출처 - 조쉬그로반 트위터

저스틴 비버는 조회 수에서 싸이에게 밀려 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매니저는 "이 사람한테 사인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팝페라 스타인 조쉬 그로반도 "우린 강남스타일 세상에 살고 있다. 놀라운 비디오다."라는 트윗을 올렸다네요. 


콜라보 요청도 쇄도했는데요. 일레트로닉 음악의 1세대 거장인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는 "강남 스타일은 중독성 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라며, 싸이와 콜라보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의지까지 밝혔습니다. 게다가 싸이에게 최다 조회 수 자리를 내준 비버도 싸이에게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고 합니다.


유력 매체들의 관심을 끌다


출처 - 타임지 / 허핑턴포스트 / CNN

해외 유력 매체들도 앞다퉈 싸이를 언급했죠. <허핑턴 포스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케이팝 스타의 귀환"이라는 기사를 게재했고, 같은 날 미국 방송 CNN도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베스트 영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내보냈습니다.  타임지 온라인판에서도 "한국인 래퍼가 보이지 않는 말을 타고 서울의 강남 거리를 달리고 있다."면서 ABC와 싸이의 인터뷰를 덧붙여 "강남은 한국의 비버리 힐즈와 같은 것"이라고 소개했죠. 


출처 - 프랑스 프로그램 7:45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만 화제가 된 건 아닙니다. 프랑스 채널 M6의 간판 프로그램인 <7:45>도 싸이와 강남스타일에 대해서 다뤘는데요. 뮤직비디오를 보며 숨넘어갈 듯 웃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고, 과거 '챔피언' 활동 당시의 화면도 공개하며  싸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유명인, 유력 매체들이 잇달아 싸이에 대해 언급하자, 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강남스타일 티셔츠'까지 제작해 판매하는데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 동작과 'KEEP CALM AND GANGNAM STYLE'이라는 문구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11가지 컬러로 만들어 16.9달러에 팔았습니다. 


강남이 뭐예요?


출처 - 구글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신나는 비트, 익살스러운 댄스에 전 세계인들이 중독됐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그들에게 강남스타일의 가사는 조금 난해했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강남'이라는 지명이나 '오빠'라는 호칭이 상징하는 바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드물었죠. 온라인 게시판에는 "강남이 무슨 뜻이냐"거나 "강남스타일의 가사는 뭘 말하려는 거냐"는 질문이 종종 올라옵니다. 아직도 구글 검색창에는 "What does gangnam style mean", "What does gangnam mean in english"등의 문장이 자동완성으로 딸려 나올 정도입니다. 


출처 - jllapsites

<Today I found Out>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강남은 남한 서울의 맨해튼 정도 크기의 지역을 이른다. 한국의 신흥 부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이라고 강남을 소개하며 부동산 시세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2년 12월 싸이를 '올해의 벼락스타' 1위에, 강남스타일을 '올해 최고의 노래' 2위에 올린 타임지에서도 "서울의 유명 번화가 강남을 한국어로 가볍게 풍자한 유튜브 문화현상"이라며 강남의 지역적 특성, 강남스타일이 갖는 함의에 대해 언급한 바 있죠. 


출처 - 경향신문

싸이와 강남스타일이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인정을 받자, 본래 싸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비우호적이었던 사람들의 태도도 조금 달라집니다. 2011년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인기가수 순위에서 싸이의 선호도는 0.4%에 불과했지만, 2012년의 조사에서는 28%까지 선호도가 오르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01년 신인가수 시절의 싸이는 '비호감'이미지가 강했지만 2012년에는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73%에 이르기도 했죠. 


예상치 못한 유튜브 조회 수 폭발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싸이는 <육갑>이후로 2개의 앨범을 더 발표해 현재 8집까지 발매되어 있는 상황인데요. 새 기획사를 차리며 독립한 그가 9집에는 어떤 중독성 강한 노래들을 담아 나올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