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상류층들은 예단 품목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맞출까?
2월도 이제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3월이 되고 조금씩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여기저기서 사랑의 결실을 알리는 청첩장도 날아들기 시작할 텐데요. 연애는 두 사람의 문제지만 결혼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적 상황이나 생활문화가 상이한 양가 부모님, 일가친척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인 만큼,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지점은 다름 아닌 '예단 규모'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결혼이 예단 품목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파탄 나는 경우가 적지 않죠.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인데 예단 몇 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상식 범위를 벗어나는 혼수·예단 목록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혼문화도 양극화
출처 - 마리끌레르
최근에는 화려한 결혼식이나 고가의 예단·예물 없이 실용적인 방식의 웨딩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평범한 직장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금액이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보다는 자신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다 보니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죠.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부 상류층의 호화 결혼 문화는 여전한데요. 결혼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3~4천만 원 대의 호화 예물을 찾는 예비부부들도 여전히 있고, 200~300만 원대 예물을 장만하는 이들도 꾸준하지만 그 중간의 금액대를 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예식장도 마찬가지인데요. 비싼 호텔 예식이나 저렴한 소규모 웨딩홀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데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예식장은 예약이 줄어들고 있죠.
브랜드와 품번까지 정해주는 예단 목록
출처 - 신세계
경기가 나쁘든, 결혼 문화가 달라지든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호화로운 결혼을 선호하는 상류층들의 예단 품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MBN의 <신세계>에 출연한 금보라 씨는 자신의 주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며, 시댁에서 5천만 원 상당의 특정 브랜드 악어 백 6개를 요구했던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신부 측에서는 형편이 안되는데도 무리하게 예단을 준비하고, 신혼집을 채워 넣을 혼수까지 모두 장만했지만 결국 이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다는데요. 금보라 씨는 결혼을 거래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이 커플을 파혼까지 이끌었다며, 평생 얼굴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친척들에게까지 고가의 선물을 하라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출처 - 신세계
해당 방송에는 수많은 커플의 결혼 준비과정을 도왔을 15년 차 경력의 웨딩플래너 장은경 씨도 출연했습니다. 그녀는 이처럼 과도한 예단이나 혼수를 요구하는 시부모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런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출처 - 신세계 / developersvininnosys
그녀가 만났던 시어머니 중 한 분은 며느리가 장만해 올 이불의 색깔, 소재, 공정 과정, 원산지까지 지정해 주었다는데요. '친환경 소재로 공정 과정이 오가닉 한 뉴질랜드 모 브랜드'의 이불을 요구한 그 시어머니는 이불 색상은 꼭 '빨간색'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아들의 사주상 붉은색이 좋기 때문이랍니다. 그 때문인지 예비신부가 보여준 신혼집 인테리어도 소방서를 연상케할 만큼 온통 붉은빛이었다네요.
외제차, 미술품 그리고 현금
출처 - Chris singer
하지만 이 정도는 지금부터 이야기할 사례에 비하면 평이한 수준입니다. 장은경 웨딩 플래너의 말에 의하면 VVIP 상류층들의 예단 목록에서 전통적인 혼수·예단 품목인 이불, 반상기 세트, 은수저 등은 밀려난지 오래라고 하는데요. 그 빈자리는 외제차, 미술품, 4천만 원대 TV 등이 채우고 있답니다. 현물 외에 따로 현금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보통 신혼집 비용의 10% 정도를 여성이 현금으로 마련해 시가에 선물한다고 합니다.
출처 - Tresmore
결혼정보업체 '디노블' 역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의 반대나 혼수로 인한 갈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한 남성 의사의 부모는 여성 측에 혼수로 5억 원을 요구했다가 결국은 파혼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는데요. 혼담이 오갈 초기에는 예단에 대해 '평이한 수준이면 된다'라고 했던 부모님들도 막상 결혼에 가까워지면 욕심이 나 쓸데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VVIP 회원들일수록 결혼에 있어 양가의 개입이 심하고, 갈등의 골도 깊다네요.
재혼부부의 경우는 어떨까?
출처 - 담다
이렇게 까다로운 양가의 간섭과 무리한 예단 요구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예비부부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재혼 커플들입니다. 이들은 한 번의 결혼 실패를 통해 결혼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깨달은 경우가 많고, 부모님들 역시 자녀들이 다시 짝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할 확률이 높습니다. 자녀가 이미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 있을 가능성이 커 부모가 경제적 도움을 수단으로 자녀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도 줄어들고요. 한 번 겪어본 과정이기 때문에 의견 조율도 초혼에 비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장은경 웨딩 플래너는 "파혼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자신의 시부모가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만약 예비 시부모님이 체면을 중시하는 분들이라면 현금보다는 친척이나 이웃에게 자랑할 현물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게 낫다는데요. 이런 현실적인 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결혼을 거래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겠죠. 당사자들이 스스로 비용을 책임질 수 있고, 둘의 행복이 최우선이 되는 결혼 소식이 속속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