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직업 1위'
초등학교 선생님은 절대 꿀직업이 아닙니다
요 며칠 부쩍 따듯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한국 날씨는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푹푹 찔 만큼의 폭염이, 겨울에는 롱패딩 아니고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정도의 혹한이 몰아닥치죠. 이럴 때 가장 부러운 건 '밖에 안 나가도 되는 사람들'일 텐데요. 여름방학, 겨울에 방학이 있어 긴 휴식기간을 가질 수 있는 학교 선생님들도 그중 하나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예로부터 선생님, 특히 입시에 열을 올려야 하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 초등학교 선생님은 인기가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퇴근도 이르고 방학이 있는 데다 육아휴직 등이 철저히 보장돼, 특히 '여성이 갖기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퇴직 후에는 일반 공무원에 비해 후한 연금도 받을 수 있어 노후 대비 걱정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초등학교 선생님은 꿀 직업'이라는 시선이 많지만,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안정적인 직업인 것은 맞지만 마냥 편하기만 한 직업은 아니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죠.
전 과목이 내 과목
출처 - 맘잡고
중학교 교과과정부터는 각 교과목을 전담하는 선생님들이 따로 계시지만, 초등학교까지는 담임 선생님 혼자서 거의 모든 과목을 가르칩니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당연히 교재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담당 과목이 많은 데다 매년 담당 학년이 바뀌다 보니 교과 지도의 노하우나 교재 연구 내용이 축적되기 매우 힘든 시스템이죠.
출처 - 오마이뉴스
정신없이 지나가는 학교 일정에 발맞추다 보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수업, 논리력을 키워줘야 하는 수업, 토론이나 활동이 주가 되는 수업 등 각 과목과 단원에 딱 맞는 형태로 수업을 준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네요.
방과 후 지도
출처 - 교육연합신문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선생님들의 일과가 모두 끝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학습 부진아 지도, 특기 적성 지도, 단체 활동 지도 등의 방과 후 지도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출처 - @julove_teacher / @wantedv 인스타그램
새 학기에는 초등학교에서 유독 강조되는 '환경미화'에도 시간을 써야 합니다. 교실 뒤편의 게시판, 시간표 등을 제작해야 하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되면 학생들의 도움을 꽤 받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꼼짝없이 선생님이 교실 환경 꾸미기를 전담해야 한다네요.
출처 - 뉴스동아
운동회, 현장체험 학습 등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선생님의 방과 후 업무는 연장될 텐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재 연구, 수업 준비는 퇴근 후 집에서 하는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답니다.
저학년 담당의 고충
출처 - 청주교차로NZINE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경우, 일종의 '베이비 시팅'이 업무에 추가됩니다. 갓 8살이 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아직 대규모 단체 생활에 익숙지 않기 때문인데요.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학생의 일정이 무엇인지 일일이 확인해서 하교 시킵니다.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에게 학생을 인계하거나, 바로 학원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학원 차에 안전하게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하기도 하죠.
출처 - VW LAB
'정해진 시간에만 화장실을 간다'는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수업시간 중 화장실에 제대로 간다고 해도 다치지는 않는지, 물은 제대로 내렸는지 꼼꼼히 챙겨주어야 하죠.
출처 - 경기도 뉴스포털
식사시간 역시 전쟁터에 가깝습니다. 학교에는 어린이용 포크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젓가락질 연습도 시켜야 하고, 손에 힘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요구르트 껍질도 까주어야 하죠. 적당량을 배식 받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학년 담당의 고충
어엿한 5,6학년 학생들을 담당하면 몸이 좀 편해지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초등학교 선생님은 거의 전 과목을 담당해서 가르쳐야 하는데, 고학년이 되면 수업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출처 - 아이스크림 에듀 / 서울시 교육청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5,6학년은 3,4학년에 비해 한 주당 3시간 많은 29시간의 수업을 듣습니다. 초등 1,2학년에 비하면 과목이 세분화되어 그 수도 늘어나죠. 영어나 음악 등의 과목은 교과전담 선생님이 지도하지만, 전체적으로 과목 수가 늘어나고 수준이 올라간 만큼 선생님들의 교재연구·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10개 교육대학 혹은 교원대, 제주대, 이화여대의 초등교육과를 졸업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뒤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교직논술, 교육과정, 교수 학습 과정 안, 심층 면접, 수업실연, 영어수업실연을 모두 평가받아야 하기에 준비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초등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건,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직업생활을 꿈꾸기 때문일 텐데요. 초등학교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흔히 알려진 것처럼 '꿀직업'은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