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주자인데 상품성 하나로
업계 평정시켜버린 브랜드 대표 상품
이것저것 반찬을 준비하기 힘들 때, 간단한 면 요리의 사이드로, 인스턴트 떡국의 화룡점정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식품이 있으니, 다름 아닌 냉동만두입니다. 간단한 조리과정에 비해 포만감과 맛이 훌륭해 1인 가구의 냉동실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죠. 인기가 좋다 보니 여러 식품회사에서 앞다퉈 개성만점의 만두를 내놓고 있는데요.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만두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출처-만개의 레시피 / 라이브 재팬
전통의 강자, 고향만두
냉동만두 업계를 가장 먼저 주름잡은 건 해태제과의 '고향만두'였습니다. 1987년 첫 선을 보인 고향만두는 집에서 만든 듯 푸짐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사랑받았죠. 고향만두는 선발주자로서 비교적 손쉽게 얻은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김치만두, 잡채만두, 물만두, 군만두 등 다양한 맛의 냉동만두를 내놓았습니다. 국산 김치, 신선한 채소와 엄선한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웰빙식품'으로서의 이미지도 구축했죠. 그 결과 근 30년 동안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원조 냉동만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선발주자를 압도한 뉴페이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고향만두의 아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합니다. CJ 제일제당에서 내놓은 '비비고 만두'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출처_위클리 조선
2004년 일부 제조 업체가 만든 '쓰레기만두' 파동으로 냉동만두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인체 유해성 여부 논란과 고향만두를 비롯한 만두 브랜드들이 기껏 쌓아놓은 '질 좋은 웰빙 식품'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파동 이후 냉동만두는 '귀찮을 때 사 먹는 값싼 인스턴트식품' 취급을 받았죠. CJ제일제당은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각오로 2013년 12월, 차별화된 맛과 품질의 비비고 왕교자를 선보입니다.
출처-sedaily
출시 이듬해인 2014년 비비고 왕교자의 매출은 300억 원을 돌파합니다. 2015년에는 700억 원을 달성하며 고향만두를 앞지르기 시작하죠. 2016년에는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으로 뛰어올랐고, 냉동만두 전체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출처-쿠키뉴스 / 메트로신문
비비고 왕교자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다른 냉동만두들과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왕교자 연구에 2년을 투자했다는 CJ 제일제당은 만두소를 갈지 않고 굵게 썰고, 육즙을 살려 식감과 풍미 모두 개선했습니다. 만두피에는 진공반죽 기술을 도입해 쫄깃함을 더했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이 흐뭇하게 차도록 크기도 키웁니다. 기존 교자 만두들은 보통 13g이었지만, 비비고는 '왕교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35g짜리 만두를 만들었죠. 모양도 푸짐해 보이도록 바꿨습니다. 납작한 일본식 교자 만두가 아닌, 주름이 풍부하고 각이 살아있는 한국식 '미만두' 형태로 만두를 빚어 크지만 투박하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진출도 대성공
출처-서울 파이낸스
전통의 강자도 물리치고 국내 1위를 차지했지만, 비비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CJ 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 원으로 올리고 이 중 70%를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는데요. 해외 진출을 결심한 2014년부터 3년간 총 554억 원을 투자한 비비고는 2016년 미국 만두시장에서 점유율 11.3%,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합니다. 이미 중국·일본 만두로 포화상태였던 미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높은 점유율을 이뤄낸 것은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죠.
출처-CJ
자국 만두로도 충분할 것이라 여겨졌던 중국 시장에서도 비비고는 우수한 성적을 냅니다. 처음에는 높은 가격과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고전했지만, 현지인이 좋아하는 재료를 사용해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 '비비고 배추 왕교자'등을 선보이며 차츰 그 세를 늘려 지난해에는 500억 원 매출을 달성했죠.
출처-뉴데일리경제 / 파이낸셜 뉴스
미국과 중국에서 해외 진출의 노하우를 터득한 비비고는 베트남 시장도 공략하는데요. 더운 날씨와 스프링롤·딤섬에 길들여진 입맛 등 현지 사정을 제품에 적극 반영합니다. 자전거, 오토바이가 주 이동 수단임을 감안해 만두가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플라스틱 트레이에 하나씩 담고, 베트남 사람들 입맛에 맞춰 해산물과 옥수수를 넣은 제품을 출시했죠. 이런 현지 맞춤 전략의 결과, 비비고는 베트남 진출 1년 만에 누적 매출 70억 원을 돌파합니다.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2,3위 만두 브랜드들과 30% 이상 점유율 격차를 벌리며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냉동만두 시장뿐 아니라 가정간편식 업계 전체의 판도를 바꾸었다는 평까지 듣고 있죠. 하지만 다른 만두 브랜드라고 패배를 인정한 채 가만히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오뚜기는 버섯·피자·치즈 등을 넣은 이색 만두 '한 입 가득 만두'를, 해태제과는 매콤한 맛을 구현한 '고향만두 불낙 교자'와 바삭한 맛을 살린 '고향만두 깐풍 교자'등을 내놓으며 비비고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데요. 올해 냉동만두 시장의 슈퍼스타는 어느 브랜드에서 탄생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