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주더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과대 포장이 심해지고 있는 국내 제과 업계. 고객들은 질소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심지어는 같은 제품이어도 한국에 들어오면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본 과자의 혜자스러운 양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어요. 대체 왜 일본의 과자와 한국의 과자 양이 이렇게 차이 나는 걸까요?
기업들의 눈속임, 슈링크 플레이션
질소 과자와 같이 가격엔 변동 없이 제품의 용량만 줄어드는 현상은 '슈링크 플레이션'이라고 불립니다. 기업들은 원가가 상승하면 그에 맞춰 가격을 올리지 않고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며 용량을 줄이곤 하죠.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시장 점유율 확보인데요. 가격과 품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제과 업계에서 가격을 올려버리면 고객들이 쉽게 타 브랜드로 이탈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출처 : 경남도민일보, 롯데마트몰
원가 상승에 대처해야 하는 기업들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고객들의 마음은 점점 멀어져 매출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죠. 고객들은 원가가 하락했을 땐 가격을 낮추지 않고 모른 척하는 기업들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또, 가격을 유지한 채 줄인 용량을 다시 원래대로 회복 후 '중량이 늘어났다'라는 카피를 사용하는 점 역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같은 제품인데 일본에선 혜자?
2014년 불만 제로에서 폭로한 국산 과자의 비밀은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했는데요. 같은 상품이어도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들의 성분과 가격에 있어 차이가 있었죠.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들의 양이 현저히 많았고 성분 역시 더 좋은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국산 과자를 해외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인데요. 한 실험에서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국내 과자가 미국 마트에선 11개였지만 국내에선 4개밖에 살 수 없는 이상한 결과가 도출되었죠.
출처 : mbcnews, 이마트몰
실제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한 초콜릿의 경우 그 차이가 심하게 드러나 논란이 됐는데요. 가격이 동일하지만 일본으로 수출되는 초콜릿의 양이 2배 이상 많았으며 국내 제품은 카카오 버터 대신 저렴한 식물성 유지가 사용된 것입니다. 초콜릿을 제조하는 해당 기업에선 일본은 수많은 타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답해 국민들을 조롱하는 것이냐고 논란이 더 커졌죠.
해당 기업에서 밝힌 "일본은 경쟁이 치열하니까"라는 대답이 적합한 답변이 아니지만 실제로 일본 제과 업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카피캣 문제로 시끄러운 국내 제과 업계와 달리 연령대 별로 적합한 과자를 개발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 열중하며 해외로 빠르게 판로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국내 과자보다 품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사실상 합법적인 과대 포장
출처 : 조선일보, 지마켓
그렇다면 이렇게 기업이 마냥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국내 포장 법에 그 답이 있었는데요. 현재 포장 법은 질소 봉지를 제외한 제과류는 '빈 공간의 비율이 20% 이하, 포장 횟수는 2회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이 규정에 의하면 대부분의 과자들이 위법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포장용 완충재' 규정이 기업들이 빠져나갈 빈틈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출처 : 불만 닷컴
제품이 부스러지거나 파손되는 걸 막기 위해 주입한 공기는 공간 비율에 적용하지 않는가 하면, 포장용 완충재는 원래 포장 공간 비율에 5%를 더한 값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죠. 기업에서 과대 포장을 하고 나서 제품을 묶기 위해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하면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인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제도의 허술한 점 때문에 기업들이 과대 포장을 해도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덕분에 활기 띠는 PB 제품, 수입과자
국내 제과 업계에 실망한 고객들이 선택한 것은 '수입 과자'와 PB 제품입니다. 관세와 배송비가 더해졌음에도 국산 과자보다 저렴한 수입과자는 양도 훨씬 많고 일부는 질적으로도 훨씬 뛰어난 것들이 많아 인기가 높죠. 제과업계가 주춤한 틈을 타 재빨리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대형 마트, 편의점의 PB 제품 역시 인기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유통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춰 수입 과자, 제과 업계와 제대로 경쟁하고 있죠. 고객들은 동일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제과 업계는 제외
출처 : 더 팩트, ytn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면서 마트에서의 일회용 봉투 사용, 카페의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데요. 에코백과 텀블러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소비자들은 제과 업계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녹색소비자 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과대포장이 가장 심각한 제품군에 과자가 8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죠.
출처 : 제천 뉴스 저널
정부에서도 '1+1 상품', 증정품의 경우 비닐 이중포장을 금지시켰고 선물세트의 경우 완충, 고정재 사용 제품 기준 역시 강화하는 등의 대처를 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낱개 포장, 고정 트레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제도의 허점이 발견되었죠. 실제로 '기업들의 불필요한 과대 포장을 제재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과대 포장과 관련해 불편을 느끼는 국민들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가져오죠. 국내 제과 업계는 점점 정체되고 있는 중입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제대로 파악이 되었다면 실행에 옮길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