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없어진 스타벅스..
쏟으면 어떡하냐고 소리치자 받은 의외의 물건
물고기가 아닌 플라스틱을 모아 아기 새에게 열심히 먹이는 어미 새, 비닐봉지에 얼굴이 휘감긴 거북이의 등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들의 사진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바다에 사는 생명체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슬픈 예측도 점점 신뢰를 얻고 있죠. 바다를 점령한 쓰레기의 70%는 플라스틱으로, 물고기, 새 등 해양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해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심각성이 점점 알려지자, 매일같이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빨대를 사용하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난여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죠. 그런데 정부가 시키지 않은 것까지 하겠다고 나선 커피숍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음료를 마실 때 습관처럼 사용했던 플라스틱 빨대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대담한 선택을 했죠. 스타벅스는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고객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료를 마시게 된 것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
출처: 경향신문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1월부터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모두 없앴습니다. 아이스 음료 테이크 아웃용 용기에는 마시기 편한 모양의 새로운 리드를 장착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상시 비치하는 대신 주문 음료가 나올 때 종이 빨대를 제공하기 시작했죠. 일회용품 사용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고객들의 SNS 사진을 선발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비단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벅스 본사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할 뿐 아니라, 재활용 가능하며 땅속에서 분해되는 새로운 컵을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 생분해 컵은 미국과 북미 등지에서 내년까지 시범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종이 빨대의 충격적인 맛?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일이니, 스타벅스의 이런 시도에 고객들도 기꺼이 발맞추는 중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 편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땐 늘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일부 스타벅스 고객들은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망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출처: @Instagram @jjaannyy20189 / @king_philip33
특히 음료에 젖어 금세 물컹해진 빨대의 식감이 종이 죽을 먹는 것처럼 이상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죠. 아메리카노나 티 종류 등 담백한 기본 음료를 마실 땐 그나마 괜찮지만, 달콤하고 되직한 음료를 종이 빨대로 마시면 "나무젓가락으로 케이크를 퍼먹는 맛"이라는 구체적인 리뷰를 내놓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쏟을까 봐 불안한 리드
출처: 네이버 블로그 뽀냥똥굴
아이스 음료를 테이크 아웃하는 고객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리드가 제공됩니다. 원래 사용되던 리드는 평평한 모양에 빨대 구멍만 작게 나 있었던 것과 달리 새 리드는 빨대를 따로 꽂을 필요가 없도록 마시는 부분이 위로 솟아 있고, 구멍도 종전보다 확연히 커졌죠.
마실 때는 딱히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문제는 마시는 구멍이 크다 보니 들고 이동할 때 쏟기 쉽다는 겁니다. 무의식중에 음료를 들고뛰다가 옷에 커피가 묻는다며, 스타벅스가 더 안정된 형태의 리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도 등장했습니다.
요청하면 뚜껑 제공
출처: 네이버 블로그 꾸댁
많은 고객들이 빨대를 이용하지 않는 뜨거운 음료의 경우, 빨대 구멍으로 음료가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꽂는 '스플래시 스틱'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죠. 아이스 음료는 대부분 빨대를 꽂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장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빨대를 꽂지 않는 데다 구멍까지 두 배 이상 커진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것이죠.
스타벅스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장에서 주문할 때 " 음료가 넘칠 것 같다"고 말하면 구멍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뚜껑을 제공하죠. 그 뚜껑 역시 플라스틱이라 플라스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 약간 어긋날지는 모르겠지만, 빨대보다는 크기가 현저하게 작으니 양심의 가책을 조금 더 수는 있겠네요.
스타벅스 코리아는 종이 빨대와 새로운 형태의 리드를 도입한 후 월평균 일회용 빨대 사용이 50% 수준으로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종이 빨대 맛을 일부러 끔찍하게 만들어 사용을 줄이는 전략이 성공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말이죠. 정부의 플라스틱 규제, 기업들의 자발적인 플라스틱 퇴출 움직임에 힘입어 최근에는 종이, 쌀, 옥수수 전분 등의 생분해 재료를 활용해 빨대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라는데요. 아기 새들이 플라스틱 대신 싱싱한 물고기만 먹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