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란제리 패션쇼를 진행하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들은 항상 주목받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모델들이 패션쇼에 서기도 하며, 신인 모델들이 해당 브랜드의 무대를 통해 유명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마른 몸매만 추구하고 여성이 성 상품화되는 패션쇼라고 여겨지며 빅토리아 시크릿은 대중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1위 란제리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기용했다고 합니다. 창사 이래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모델을 발탁했다는 빅토리아 시크릿, 과연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마케팅 총괄 경영자 퇴출
빅토리아 시크릿 모기업인 'L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인 에드 라젝이 트랜스젠더 모델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라젝은 패션 잡지 보그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트랜스젠더 모델 영입에 대해 “반드시 트랜스젠더 모델을 쇼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쇼는 판타지이며, 42분짜리 엔터테인먼트 특집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거세지자 자신의 발언이 “무신경했던 것 같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틀림없이 쇼에 설 트랜스젠더 모델을 발탁할 것”이라고 해명하며, 패션쇼 후보 모델 중에도 트랜스젠더가 있었으며, 그들이 성별 때문에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라젝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분노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불매운동과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음에도 그는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는데요. 빅토리아 시크릿 최고 경영자 얀 싱어가 매출 감소와 불매운동 악재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것과 비교되는 행보였죠. 결국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은 라젝은 회사에 의해 퇴출당합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첫 트랜스젠더 모델 기용
연합뉴스, 발렌티나 삼파이우 인스타그램
빅토리아 시크릿은 불매운동 논란 중심에 있었던 애드 라젝을 퇴출시킨 후 같은 날 트랜스젠더 모델을 기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모델로 발탁한 것으로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 CF 신 모델이자 트랜스젠더 여성인 발렌티나 삼파이우를 빅토리아 시크릿 창립 이래 첫 트랜스젠더 모델로 뽑았습니다. 그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자매 브랜드인 ‘핑크(PINK)’ 카탈로그에 모델로 등장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마른 모델만 패션쇼에 세우는 등 기존 방식을 고집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는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으며 문을 닫는 매장의 수가 늘어났죠. 이러한 상황에 빅토리아 시크릿의 트랜스젠더 모델의 기용은 대중들에게 심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통해 애드 라젝의 퇴출과 최초의 트랜스젠더 모델 캐스팅은 대대적인 개편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이번에 기용된 발렌티나 삼파이우는 22살의 모델로, 브라질 출신입니다. 삼파이우는 빅토리아 시크릿 이전에도 패션잡지와 패션쇼, 브랜드 광고 모델로서 활발히 활동해왔는데요. 당시에도 성전화 수술 이후로, 트랜스젠더 모델로서 활동했습니다.
삼파이우는 이번 소식을 통해 자신의 SNS 계정에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해당 글에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미국 배우 레번 콕스는 “와, 드디어!”라는 댓글을 달아 축하를 전하기도 했죠. 에이전트 에리오 자논를 통해 삼파이우는 “이번 모델 발탁이 장벽을 허무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이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랜스젠더 모델을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캘빈클라인, 갭, H&M과 같은 의류 브랜드도 최근 트랜스젠더 모델을 광고에 기용했습니다. 현재 젠더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플러스 사이즈가 생기는 등 다양성 추구 되는 패션 업계에서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