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유튜버가 한 걸그룹 팬사인회를 가기 위해 수많은 앨범을 사는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앨범들을 구매한 그는 팬사인회에 당첨되어 팬들의 부러움을 샀죠.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은 팬들과의 만남을 위한 시간을 종종 갖는데요. 특히 팬덤 문화가 가장 깊게 자리 잡은 아이돌 그룹의 경우 경쟁률이 아주 치열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로또보다 당첨되기 힘들다는 아이돌 팬사인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팬싸와 팬미팅 어떤 게 다를까
얼마 전 트와이스 팬미팅에선 멤버들이 영화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보통 스타들이 팬들을 만나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팬미팅과 팬사인회죠. 팬미팅의 경우 대부분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중간중간 토크 타임, 개인기 타임 등을 가지는데요. 스타를 코앞에서 볼 수 없는 다대다 형식이며 티켓팅의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일부의 경우 앨범 한 장당 팬미팅 응모권을 증정해 추첨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하죠.
반대로 팬사인회는 1:1 형식입니다. 시간은 팬미팅에 비해 짧지만 직접 스타와 이야기하고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팬들 사이에선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행사'로 꼽히기도 하죠. 기존 팬사인회는 공개와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요. 공개 팬사인회의 경우 조건 없이 누구나 스타를 만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요즘은 신인 가수, 배우 등을 제외하고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대신 추첨되어야만 참석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비공개 팬사인회가 많은 편이죠.
팬사인회, 어떻게 가야 하죠?
일반적인 팬사인회 응모 방식
그렇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팬사인회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요? 아이돌 그룹들의 팬사인회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단, 가수가 소속된 소속사에서 올리는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 후 공지에 적힌 일정과 장소, 시간대에 맞춰 정해진 앨범을 구매해야 하죠. 이때, 앨범 1장당 팬사인회 응모권 1장을 받는 방식과 수십 장을 사더라도 1장만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 주문, 입금을 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방식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 후 발표된 당첨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면 되죠.
손 추첨, 전산.. 다양한 추첨 방식
엑소 x 스파오 팬사인회는 손 추첨 방식으로 공정하게 진행되어 화제됐다.
공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경찰관이 입회하기도 했다.
손 추첨의 경우 팬이 앨범 구입 후 받은 응모권에 직접 개인 신상을 쓰고 박스에 넣습니다. 그러면 박스에 들어있는 응모권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 추첨하는 것이죠. 물론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팬들 후기에 의하면 가장 랜덤한 추첨 방식이라고 합니다. 2017년 세븐틴과 한 브랜드의 팬사인회 추첨은 공정성을 위해 경찰서에서 응모권을 하나씩 뽑아 팬 사인회 당첨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듣기 위해 구매했던 앨범은 용도가 달라진 지 오래다.
줄 세우기로 등장한 '팬싸 컷'
줄 세우기 방식으로 '팬싸 컷'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팬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구입해야 하는 앨범의 최소 수량을 의미하죠. 팬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일명 팬싸 컷은 여자 아이돌보단 남자 아이돌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유명 보이그룹들의 경우 최소 100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까지, 걸그룹 역시 유명한 그룹들의 경우 30~60장까지 다양했죠. 앨범의 평균 가격을 15,000~20,000원으로 놓고 봐도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계산되는데요. 팬사인회 한 번을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850만 원 써도.. 더욱 심해지는 조건들
이렇다 보니 인기 아이돌 팬덤 사이에선 '누가 앨범을 많이 사나'식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실제로 앨범을 수백 장을 사도 팬사인회에 당첨되지 않는 팬들도 수두룩하죠. 물론 1~3장의 앨범을 구입해 당첨되기도 하지만 이는 극소수입니다. 한 팬은 85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앨범 구매에 사용했지만 당첨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연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엑소 x 갤럭시 노트 9 팬미팅 응모 조건
팬사인회, 팬미팅을 위해 팬들에게 걸어지는 조건들은 다양합니다. 멤버들이 광고 모델로 기용된 의류, 신발 브랜드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구입하면 팬사인회 응모권 1장을 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또다른 경우 앨범에 있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모두 모아야 응모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랜덤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앨범을 구매해야 했죠. 또, 한 그룹은 멤버들이 모델로 기용된 브랜드의 휴대폰을 선착순으로 판매했습니다. 팬사인회를 위해 휴대폰을 교체하는 팬들도 있었죠.
상술임을 알면서도 팬싸 가는 이유
시즌별로 굿즈를 모으다 보면 금세 수백만 원을 훌쩍 넘긴다.
이런 놀라운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기획사들의 도 넘은 상술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랜덤 포토카드, 정말 조금씩 달라지는 디자인의 응원봉,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굿즈들이 대표적이 예입니다. 게다가 그룹 멤버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진행되기도 하죠. 소속사 이외에도 팬덤 문화를 이용한 상술들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팬미팅 역시 티켓팅이라는 공정한 방법을 선택했으나 일부는 불순한 의도로 티켓팅에 성공한 티켓을 암암리에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합니다.
그럼에도 팬들이 팬사인회를 위해 돈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멤버들과 1:1로 만날 수 있어 본인을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주 가다 보면 멤버들이 기억해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팬사인회에 중독되는 팬들 역시 많다고 해요. 또, 요즘은 토크 타임, 미션 타임 등 다양한 재미 요소를 담아내 멤버들의 희귀한 모습들을 직관할 수 있습니다. 신인 그룹 팬사인회에선 운이 좋은 경우 셀카를 직접 찍어주거나, 허그 등의 스킨십을 팬 서비스로 해주기도 하죠.
해외의 팬 서비스, 'meet&greet'
숀 멘데스의 meet and greet / cosmopolitan
한 커뮤니티에는 외국에는 팬 사인회의 개념이 잘 없어 팬미팅과의 차이를 모른다는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해외 팬들은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 거액을 지출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해외에는 콘서트 투어 때 비싼 티켓을 산 소수의 팬 중 몇 명을 선발해 함께 사진을 찍는 'meet and greet'가 있습니다. 이때, 허그나 손잡기 등 스킨십을 함께 하거나 사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죠. 요즘은 국내 배우나 가수들이 해외 팬들을 만나는 자리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팬사인회 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K-POP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국내에서 깊게 자리 잡은 팬덤 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데요. 가수를 사랑하는 팬의 마음을 이용한 기획사들의 상술은 변화해야 할 듯합니다. 팬들 역시 건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가 지나친 소비나 세력 싸움 등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