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나 식사 후에는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최근 SNS가 성행하면서 각종 지역의 분위기 좋은 카페, 디저트도 유명세를 타는 곳이 많은데요.
몇 년 전만 해도 별로 인지도가 낮았던 마카롱도 이제는 뚱카롱, 아이스크림 마카롱 등이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이죠.
특히 해외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카페가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하게 된 경우에는 그 반응이 정말 폭발적입니다. 쉐이크쉑버거, 블루 보틀,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등이 대표적인 예로 오픈 당시 2-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인기가 좋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를 이제는 한국에서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캐리 브래드쇼 컵케이크
매그놀리아는 199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처음 개시해 정통 미국식 베이커리 컵케이크를 판매하는 베이커리입니다. 이는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가 베이커리 앞 벤치에서 컵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게 되었는데요. 2017년 기준 미국, 러시아, 홍콩 등 7개 국가에 25개 지점밖에 없을 정도로 희소성을 지닌 이곳은 1990년대 컵케이크 열풍을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죠.
진출 2년 만에 순손실 6억
2015년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입점하기 시작한 매그놀리아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려 입점 5개월 만에 매출 약 26억 원을 달성한 것이죠. 맛보기 위해서는 2-3시간을 기다려야 함은 물론, 대표 메뉴인 레드벨벳 컵케이크와 바나나 푸딩은 구매 수량이 1인 1개로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그놀리아 코리아는 2015년 12월 무역센터점, 2016년 압구정본점, 2017년 3월 대구점을 오픈해 총 4개의 국내 매장을 운영하였습니다.
이는 현대 백화점 그룹과 조인트 벤처(JV) 형태로 운영하며, 집격력 강화를 위해 현대백화점 매장 안에서만 해당 점포를 선보이는 전략을 보여줬는데요. 빠르게 하락세를 타며 2017년 조인트 벤처 설립 이래 가장 큰 폭의 손실인 순손실 6억 원을 기록했죠. 같은 기간 점포 수 자체는 순증 하였으나 매출은 감소하였으며, 연간 매출액이 20-30억 원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수익 악화로 인해 2018년부터 국내 매장 철수를 진행해 현재는 대구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그쳐버린 관심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에 입점해 초기에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으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매그놀리아 역시 그중 하나로 초반에는 매일 긴 대기 줄이 있고, 다양한 SNS에 구매 인증글이 올라올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이러한 호기심을 브랜들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꾸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 건 새로운 것을 좇기 때문이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커서가 아니다'라는 최명화 교수의 의견처럼 초기의 인파는 단순 호기심의 이유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존의 유명세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후 국내에서의 지속적 입지를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었어야 했지만, 매그놀리아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미 다양한 디저트 카페들이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픈 효과 이후의 전략이 중요했는데요. 매장의 희소성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웠고, 결국 '맛이나 제품의 양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다'라는 평을 받으며 발걸음이 점차 끊기게 된 것입니다.
독점 운영으로 확산 제약 걸려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두 번째 패인은 독점 운영 방식입니다. 현대백화점 자사 유통 채널에만 입점해야 한다는 조건을 통해 현대 그린푸드와의 독점 운영을 하기로 한 매그놀리아는 외부로의 확산이 불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유명 쇼핑몰이나 로드숍에 진출하지 못하였고, 이는 결국 성장에 제약을 주게 된 것이죠.
해외 유명 브랜드 '이탈리'도 같은 이유로 성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처럼 매그놀리아 역시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쉐이크쉑 본사가 이 조건 때문에 SPC 그룹을 선택해 계약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장의 자율적 위치 선정 및 확산은 새로운 진출 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제동이 걸려 전국 각지의 주요 상권에 진입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한때 북새통을 이끌고 전국 각지에서 원정 구매를 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철수는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캐리 브래드쇼의 컵케이크로 해외에서 이미 충분히 입지를 다진 후 국내에 입점하였기에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매그놀리아의 컵케이크를 한국에서 맛보기 어려워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