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기자 KBS 뉴스 9 메인 앵커 발탁
'연륜 있는 남성 기자·젊은 여성 아나운서' 공식 최초로 깨져
2003년 KBS 29기 공채로 입사, 기자 경력 17년 차
2006 올해의 여기자상, 2019 한국 방송대상 작품상 수상
'9시 뉴스' 하면 어떤 풍경이 그려지시나요? 차분한 푸른 톤의 배경과 낮고 길게 놓인 데스크, 그리고 왼쪽에는 나이 지긋한 남성 앵커가, 오른쪽에는 아름답고 단정한 여성 앵커가 앉아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런 전형적인 뉴스 화면에도 이제 조금씩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소정 기자가 국내 최초로 KBS 뉴스 9 여성 메인 앵커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이 메인 앵커를 맡는 것이 이렇게 화제가 될 일인지, 지금까지 한국의 메인 시간대 뉴스는 어떤 앵커들이 맡아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뉴스 화면에도 이제 조금씩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소정 기자가 국내 최초로 KBS 뉴스 9 여성 메인 앵커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이 메인 앵커를 맡는 것이 이렇게 화제가 될 일인지, 지금까지 한국의 메인 시간대 뉴스는 어떤 앵커들이 맡아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1년부터 1992년까지 10년여 동안 KBS 간판 여성 앵커 자리를 지킨 신은경 아나운서, 1988년부터 MBC 사상 처음으로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가 된 백지연 아나운서 등 주목받는 여성 앵커들도 꽤 있었지만, 뉴스를 리드하는 메인 앵커 자리는 거의 언제나 나이 지긋한 남성의 차지였습니다.
물론 여성이 메인 앵커를 맡은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MBC에서는 김주하 아나운서를 뉴스데스크 주말 단독 메인 앵커로 기용했으며,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7년 김수진 기자가 뉴스데스크 주말 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했죠.
◎ 25일부터 KBS 뉴스 9 메인 진행 맡은 이소정 앵커
그러나 지상파 방송국이 평일에, 남녀가 함께 진행하는 뉴스에서 여성에게 메인을 맡긴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KBS는 뉴스 9의 새로운 메인 앵커로 2003년 KBS 29기 공채로 입사한 이소정 기자를 발탁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소정 기자는 입사 1년 후배인 최동석 아나운서와 함께 지난 11월 25일부터 KBS 뉴스 9를 진행 중입니다.
여성 앵커가 기자, 남성 앵커가 아나운서인 것도 조금 독특한 부분인데요. 남성 앵커는 기자 중에서 발탁하고 여성 앵커는 아나운서 중에 뽑은 뒤 기자로 전직을 유도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죠. 백지연 앵커, 김주하 앵커 역시 아나운서로 입사해 앵커가 된 뒤 기자 신분으로 전환한 케이스입니다.
KBS는 지난 11월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소정 앵커 발탁은 전반적인 KBS 혁신의 일환임을 강조했습니다.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사내 의견 청취 과정에서 KBS의 지향과 변화의 방향성, 그런 부분을 이소정을 통해 구현할 수 있겠다는 열망을 읽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소정 앵커 또한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쓴소리도 유독 많다"면서 "앵커 하나 바뀐다고 뉴스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했죠.
◎ "나이 든 여자 앵커 못해" 소리 들었지만...
지상파 최초로 메인 뉴스의 메인 앵커를 맡은 이소정 기자는 어떤 이력을 지니고 있을까요? 한영외고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를 거쳐 2003년 KBS에 기자로 입사한 그는 KBS 보도국의 사회부, 경제부, 탐사제작부, 2TV 뉴스제작팀 등을 거치며 17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를 전공해 중남미 문화·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소정 앵커는 세계 최초로 멕시코 반군 사파티스타 지도자 마르코스를 단독 인터뷰했다ㅣ출처 mediatoday
2006년에는 멕시코 반군 '사파티스타'를 현지에서 전 세계 최초로 단독 취재하면서 '올해의 여기자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3·1운동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 '조선학교-재일 동포 민족교육 70년'으로 2019 한국 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소정 앵커의 주변에도 "할 수 없다"며 의지를 꺾는 이들은 있었습니다. 십수 년 전 한 방송사 면접에서 "나이 들면 연륜 있는 남자 기자들처럼 앵커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자 한 면접관은 "나이 든 여자 누가 앵커 시키냐"고 답했죠. 하지만 17년 차 기자가 된 지금, 이소정 기자는 당당히 메인뉴스 메인 앵커 자리에 오르며 KBS 혁신의 최전방에 서게 되었는데요. 이소정 앵커의 훌륭한 진행과 함께 KBS를 비롯한 방송계 전반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