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 신라면
진라면과의 점유율 격차 2%대로 좁혀져
짜파게티, 육개장 사발면 등 스테디셀러 강세
세계 시장에서는 삼양 불닭볶음면 인기
진한 소고기 국물 맛과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맛, 꼬들꼬들한 면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 우리의 라면 취향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봐도 호불호 없이 "괜찮다"고 느낄만한 제품도 분명 존재하죠. 오래도록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신라면과 진라면이 그 주인공인데요. 작년에는 진라면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28년 부동의 1위 신라면을 턱 끝까지 추격하면서, 과면 진라면이 라면 시장의 왕좌를 빼앗아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었죠.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의 라면 점유율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요?
◎ 1위 여전히 신라면, 진라면 순위는 흔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라면의 선전을 다룬 기사들이 여럿 쏟아져 나왔습니다. 2008년까지만 해도 20% 이상이던 신라면과의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3%까지 좁혀졌기 때문이죠. 실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달라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한국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진라면이 좋다'고 대답한 소비자는 4%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4%로 4배 가까이 늘어났죠.
출처 (좌) 리군의 라면열전 (우)Ryutopia
이렇게 진라면이 선전하는 이유로는 소고기 국물맛을 강화한 점, 난각 분말을 첨가해 면의 쫄깃함을 더한 점 등을 꼽는 분들이 많은데요. 회장 일가의 선행과 정도경영으로 얻은 '갓뚜기' 이미지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weekly.cnbnews
곧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진라면은 올 상반기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올 3월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라면시장 매출 TOP10 순위에서 짜파게티에 밀려 잠시 3위로 떨어지기도 했죠. 그러나 국물 라면이 득세하는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진라면은 다시 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는데요.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올 9월 신라면과 진라면의 격차는 2%대로 지난해 연말보다 좁혀졌습니다.
◎ 상반기 오뚜기 라면 전체적으로 주춤
그러나 오뚜기에서 출시하는 라면들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신제품 쇠고기 미역국 라면이 대박을 터뜨리며 지난해 말 28%까지 치솟았던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올 6월 들어 24.8%로 하락했는데요. 쇠고기 미역국 라면의 매출이 2분기 들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올해 출시한 미역초비빔면, 와사비 진짜 쫄면 등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womanconsumer
진라면 외에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부재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라면 매출 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브랜드들 중 반짝 인기를 얻은 신제품은 1개, 많아야 2개에 그치고, 나머지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제품으로 채워지는데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닐슨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라면 매출 상위 10 개 중에 오뚜기 제품은 진라면이 유일했죠.
◎ 4위 육개장 사발면, 5위 너구리가 차지
그렇다면 신라면과 진라면을 제외하고 5위권 내 진입한 라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3위는 짜파게티, 4위는 컵라면의 대명사 육개장 사발면이 차지했습니다. 5위에는 통통한 면발이 특징인 너구리가 올랐죠. 2위 진라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심 제품들이 차지한 겁니다.
출처(좌) 티스토리 블로그 '좀좀이의 여행'(우) seoul.co.kr
10위권 내에는 역시 농심 제품인 안성탕면과 함께 팔도 비빔면, 삼양의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2위는 진라면이지만 10위권 내 진입한 제품 수로만 보면 오뚜기가 삼양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네요.
오뚜기 라면연구소에서 진라면 30주년 스페셜 에디션을 끓이고 있는 장수상 오뚜기 책임연구원 (좌)isplus (우) Instagram @queen__sil, @bblingmommy1
◎ 한국 라면, 세계 라면시장 점유율 40%
진라면의 추격은 여전하고, 신라면과 진라면 뒤로는 한국 시장을 오래도록 사로잡아온 스테디셀러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비빔면이나 짜파게티 등 국물 없는 라면의 순위가 올라가고, 겨울에는 속을 덥혀 줄 수 있는 따듯한 국물 라면이 다시 득세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 3월에는 튀기지 않은 신라면 건면이 잠시 9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국 라면은 이제 한국만의 제품이 아닙니다. 세계시장, 특히 라면 소비량이 압도적인 중국 시장에서도 한국 라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12월 2일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라면 수입액은 2014년 8386만 달러(약 991억 원)에서 2019년 2억 4000만 달러(약 2836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우리 라면의 점유율은 38.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죠. 특히 삼양 불닭볶음면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2020년 한국인들의 젓가락은 어디로 향할지, 또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한국 라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