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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에 대해 그저 ‘치고받는 싸움’이라며 편견을 가지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링 위에서의 모습 때문이죠. 만약 여성 선수라면 이러한 편견은 더욱 짙어집니다. 그런데 여기 그 편견을 깨고 격투기에 뛰어든 이가 있습니다.


프로 데뷔 전까지 훈련 기간은 단 6개월이었음에도, 데뷔 전에서 엄청난 활략을 보여주었죠. 이 선수가 격투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 파이터의 새 역사를 쓴 박지수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친척 오빠를 따라 들어간 합기도 체육관에서 박지수 선수는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축구부, 배구부 등으로 활동하며 운동을 계속해나갔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땐 취미로 킥복싱을 시작했습니다.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작 시기가 애매해 조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코앞으로 찾아왔습니다. 수험생이 되자 불어난 몸무게도 그녀의 걱정거리 중 하나였죠. “이 때다 싶어 킥복싱 체육관을 다시 등록했습니다. 살이 빠지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손과 발을 다양하게 사용해서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죠.”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관장님께서 조심스레 선수 준비 의사를 물었는데요. 박지수 선수는 그 제안에 오히려 시작하기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녀의 걱정과 달리, 다행히 격투기 여자 부분은 선수층이 얇아 19세도 늦은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한때 바랐던 선수에 대한 꿈이 다시 새록새록 피어나갔죠. 로드 FC 경기를 찾아보며 확신이 생긴 그녀는 곧바로 선수 훈련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선수 데뷔를 목표로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면서 실력을 쌓아 나갔습니다. 입식타격에서는 전승을 기록했죠. 이후 MMA 대회에 처음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타격으로 잘 풀어나갔는데, 상대 선수의 암바로 경기가 끝나서 허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대비하지 않고 나간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죠. 그러나 그만큼 좋은 기회를 통해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9일에는 그토록 바랐던 데뷔 전을 치렀습니다. 그녀가 선수를 준비한지 단 6개월 만의 일이었는데요. 박지수 선수는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로드 FC 무대에 서게 되어 행복했지만, 그만큼 부담이 있기도 했습니다.”라며 데뷔 출전 당시 소감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프로 경기에 임할 만큼의 실력이 아닌 것 같다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걱정을 안고 원주로 가 데뷔 전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라운드 기술과 체력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며 훈련을 거듭했죠. 그 결과 박지수 선수는 처음 느꼈던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니 당연히 경기에 대한 긴장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했지만, 결국 경기 전날 밤 쉽게 잠들지는 못했습니다. 경기 당일 몸을 풀 때는 쳐지는 기분까지 들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대 뒤에서 대기를 하자, 거짓말처럼 긴장감이 사라졌습니다. 등장곡이 흘러나올 때는 리듬을 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경기 결과 역시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수 선수는 상대 선수를 단 25초 만에 콤비네이션으로 쓰러뜨렸습니다. 로드 FC 여성부 사상 최단 우승 기록이었습니다. “경기가 종료되었을 때는 이겨서 기쁜 마음이 들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구나’라는 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꿈의 무대에서 제 첫 데뷔 전을 잘 장식한 것 같아 뿌듯함 마음이 큽니다.”


우승 비결을 묻자, 그녀는 “상대 선수 영상을 매일 시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단 2개뿐인 영상이었지만, 상대 선수가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꼼꼼하게 분석했죠. 카운터 위주의 타격을 내세우는 선수임을 캐치한 박지수 선수는 원투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기에서도 원 투 미들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별거 아닌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박지수 선수에게는 계획된 한 방이었던 것이죠.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지만, 격투기를 시작할 때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써야 했습니다. 격투기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죠. “처음으로 어색해보기도 했고, 처음으로 많이 대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싶었던 운동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그저 이해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부모님의 반대 의지가 꺾이게 된 건 박지수 선수의 센트럴 리그 경기 직관부터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마음이었지만, 경기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격투기를 하는 것에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죠. 현재 부모님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코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자애가 무슨 그런 운동을 하냐’는 말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경기 영상에 주로 달리는 댓글이죠. 이러한 오해에 대해 박지수 선수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반응으로 제 자신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무너지겠죠. 저의 미래, 그리고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여성분들의 의지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선수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 선수로서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박지수 선수. 그녀는 ‘항상 적극적이고, 화끈한 경기를 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격투기의 매력을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어쩌면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격투기를 향한 박지수 선수의 넘치는 애정이라면, 사람들이 격투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건 금방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