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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극치였던 제약업계

능력 있어도 보조하던 이들이 경영 전면으로

특유의 섬세한 능력과 감각으로 사업 이끌어

제약업계는 대한민국 평균보다 더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오너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약업계 오너가에서 딸들은 아들과 달리 경영권을 물려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업계가 최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의 회사들에서 오너가 여성들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이 제약업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죠. 그간 보수적이었던 제약업계 오너가들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경영 전면에 나서는 제약업계의 여성들


제약회사 경영진에 오너가의 여성들이 속속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일제약의 홍재현 대표와 삼진제약 최지현 상무가 대표적이죠. 2017년 동화약품은 윤현경 상무를 더마톨로지사업부 책임자에 임명했고, 국제약품 남혜진 상무는 2012년 제아 H&B를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와 설립하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남혜진 상무는 국제약품 본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신 제아H&B를 진두지휘해 200억 대의 알짜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국제약품 관계사인 국제피앤비로 자리를 옮겨 화장품 사업을 이끌고 있죠. 한미약품에서도 임성기 회장의 딸 임주현이 전무이사로 인력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삼아제약 허억 명예회장의 딸 허미애 이사는 2010년 이사직에 오른 이후 10년 가까이 이사직을 연임하고 있죠. 


◎보수적인 제약업계, 왜 여성들에게 열렸을까


오너가를 제외하고도 제약업계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1992년 한국얀센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김옥연은 한국 10대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한국얀센의 첫 여성 CEO로 자리 잡았죠. 이처럼 제약회사 경영진에 여성이 증가한 이유로는 여성의 특유의 장점이 발휘되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오너가 여성의 경영 진출은 제약업계의 화장품 사업 강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여성이 주로 화장품을 사용하는 만큼 화장품 사업을 여성이 진두지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죠. 이는 그간 성별 때문에 제약되었던 인재 배치를 능력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바뀐 덕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여성을 대거 기용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섬세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여성의 제약사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라고 말했죠.


◎우려를 종식시킨 제약업계 오너가의 딸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은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넷이었습니다. 보수적인 분위기임에도 그는 사위 대신 장녀 김은선과 막내 김은정을 경영에 참여시켰죠. 이를 위해 장녀 김은선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후 2000년 사장으로 승진하고 2001년 보령제약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영 일선에 나섰습니다. 


제약업계에서 여성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일은 당시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은선 회장은 보란 듯이 보령제약을 제약업계 10위권으로 올리고 자기 자신은 포브스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 중 한 명에 선정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은선의 성공적인 예가 오너가 여성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기반이 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 오너가 딸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일이 많아졌지만, 아직 많다고 표현하기엔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원급, 팀장급으로 물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제약업계 경영진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것이죠. 이제 장남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독차지할 수 있던 시기는 끝이 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