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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24시간 문화가 만들어 낸 직업이 있습니다. 음주 가무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발이 되어주는 직업. 바로 대리기사인데요. 지금은 포화상태일 정도로 많은 수의 대리업체와 기사들이 있어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 달에 버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요? 아르바이트생 기본 급여부터 대기업 임원 급여까지 천차만별인 대리기사들의 월수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월평균 150만 원, 최고 750만 원


그동안 대리운전은 일종의 부업처럼 여겨졌습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가장들이 많이 선택했죠. 2000년대 들어선 대리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생겨났습니다. 대리기사들은 대체로 콜 배정을 해주는 전문 업체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2015년 서울노동 권익센터에서 발간된 '이동노동 종사자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리기사의 월평균 총수입은 186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대리업체에 납부하는 프로그램 비용, 보험료, 관리 비용, 페널티, 수수료(콜당 최저 20%), 통신비 등 총 지출 비용이 월평균 34만 원이었는데요. 이를 제외한 대리기사의 월평균 순수입은 152만 원입니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근무시간에 따라 월평균 순수입이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한 대리기사는 모임이 많은 12월, 하루 6시간만 자고 근무한 결과 무려 750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12시간을 근무한 또 다른 대리기사 역시 12월, 월 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는데요. 반면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8월엔 수입이 평상시 대비 30%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대리운전의 경우 계절마다, 근무 시간에 따라 거둬들이는 수익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 20대들도 선택한 대리기사 


최근에는 20대 대리기사들의 수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대학생부터 취준생, 사회 초년생들까지 많은 20대들이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타 아르바이트 대비 거둬들이는 수익이 꽤 괜찮아서입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는 8시간씩 해야 하는데요. 긴 시간 일을 하다 보니 공부와 취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거죠. 대리운전의 경우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대리기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일만 대리운전 일을 하는 한 취준생은 "취업 준비 생활에 큰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라며 "취업할 때까지 대리운전기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40대 이하 젊은 대리운전기사가 늘고, 이들은 전동휠·스쿠터 등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입이 필요한 대학생이나 수입이 적어 부업을 원하는 사회 초년생 등이 과거에 비해 대리운전 시장에 많이 진입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귀가방법? 셔틀버스부터 전동 킥보드까지 


대리기사들의 귀가방법은 다양합니다. 목적지까지 가까운 콜을 기다리기도 하고요. 대리운전 회사가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도 하죠. 셔틀버스의 경우 요금은 2~4천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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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인 1조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A 기사가 고객의 차를 대리운전하면 B 기사는 대리운전 후 목적지에 도착한 A 기사를 픽업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수익은 5 대 5로 나누는데요 활동 영역이 넓고, 순환이 빨라서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동휠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새벽시간, 외진 곳으로 간 대리기사들의 경우는 근처 찜질방이나 24시간 운영하는 김밥천국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 대리기사를 웃게 만든 윤창호법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법이 있죠. 바로 윤창호법인데요.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0.08%미만은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하고, 0.08% 이상은 운전면허 취소가 됩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도록 형량이 강화됐죠. 


윤창호법 덕분에 대리기사들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이들이 아침 음주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지난해 7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대리운전 업체 135개 출근 시간대 대리운전 이용 건수는 1년 전보다 111%나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퇴근시간대 대리운전 이용 건수도 1년 전보다 늘었는데요. 지난해 7~9월 기준으로 각각 71%, 40%,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대리업체 콜센터 직원은 "출근길 콜이 평소보다 배로 늘었다. 한 손님은 단속이 강화됐다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윤창호법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 퍽퍽한 대리기사의 노동환경


하지만 대리기사의 노동환경은 퍽퍽하기 그지없습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은 물론, 다음 콜 장소까지 직접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일 힘든 건 주취자를 상대하는 것입니다. 폭언과 폭행을 하는 고객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대리업체들의 갑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의 대리업체에서는 '콜페널티'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이 콜을 취소했을 때 벌금을 받는 것이죠. 이는 각 지역마다 회사마다 벌금의 가격은 다른데요. 몇몇 업체는 이를 이용해 대리기사들에게 부당 착취를 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에게 목적지가 없는 대리운전 요청 정보를 보내고, 기사가 콜을 취소하면 '페널티'를 줘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법이죠. 

 

또한 대리업체들은 업체 간 콜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오후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 집중되는 대리운전의 특성상 고객을 제시간에 태우고 운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간에 대리기사들은 주로 콜을 배정받죠. 하지만 여기서 부작용이 있는데요. 나이가 많은 대리기사들에겐 일부러 콜을 주지 않는 겁니다. 선택적 콜 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사 나이 또는 능력에 따라 월 수익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리기사들은 높은 금액의 보험료도 내고 있었습니다. 월 7만 원이던 보험료는 2015년 4월 12만 원, 2016년 19만 원으로, 그해 10월에는 29만 원으로 폭등했죠. 수수료, 페널티 등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많은 대리기사들은 높은 보험료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리업체들의 부당한 보험료 인상 때문에 대리기사들은 '콜'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반면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카카오는 직접 대리운전 보험료를 부담해 대리기사들의 부담을 없앴습니다.


대리운전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땐 어떨까요. 대리기사가 사고를 낸 경우, 기사 보험사가 모든 피해액을 보상합니다. 이후 책임보험 해당분을 차주의 보험사에 청구하도록 보상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사실 대리운전 중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2019년 소비자원에 접수된 대리기사 교통사고는 119건에 달했는데요. 안전이 우선인 만큼, 모두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대리기사들의 처우 개선 

대리기사들은 지난해 11월 19일 처음으로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대리운전기사들도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 '노동 삼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냈는데요. 

 

이후 6일 뒤 부산에서 전국 대리운전노동조합 파업이 처음 열렸습니다. 노조는 사측의 갑질과 대화를 거부하는 교섭 태도가 파업 이유라고 밝혔는데요. 일방적인 콜 중개 수수료, 출근비, 보험료를 인상하고, 페널티와 배차 제한 등 부당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각 지자체는 최근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강남, 합정 등에 있고요. 부산 역시 이동노동자 지원센터 '도담도담'을 운영 중입니다. 창원도 이미 쉼터 2곳을 운영 중이며, 광주시도 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특히 부산은 대리운전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공익앱 개발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