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이 직배송 서비스를 담당하는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기사들에게 신천지 시설에 대한 배송을 거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천지 관련 시설 폐쇄 조치에 따른 방침입니다. 이 와중에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기사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돌연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같은 양의 일을 했는데 가져가는 돈이 달랐다? 왜 그런지 살펴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대구 지역 쿠팡 배송 캠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쇼핑을 온라인 주문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 주문량이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대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한 쿠팡맨 A씨는 “290개 물량을 배달해야 하는 노선에 370개를 나눠줄 정도로 평소보다 물량이 많다. 회사는 간선 차량이 늦게 도착하다 보니 소분하는데 시간이 늦어질 거라고 말하지만, 소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적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출근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쿠팡맨 B 씨도 “법에서 정해준 휴게시간을 지키며 식사하고 한숨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기 출근을 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배송 프로세스가 있지만 물량이 많아 지킬 수 없는걸 회사도 알고 있지만 문제가 터지면 회사 규정을 어긴 본인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 본부에 따르면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모씨는 이달 12일 새벽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새벽 근무 중이던 김 씨의 배송이 더는 이뤄지지 않고 멈춘 상태로 장시간 회사 관리시스템에 나타나자 근처에 있던 동료가 회사의 지시에 따라 김씨의 마지막 배송지로 찾아갔습니다.
이때 빌라 4층과 5층 사이에서 쓰러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해당 빌라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발견 당시 김 씨는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쿠팡에 입사한 김 씨는 최근 현장 업무에 투입돼 배송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합니다. 노조 관계자는 "주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씨는 배송을 위해 1시간 동안 20가구를 들러야 했다"라며 "이는 신입 직원이 수행하기에는 버거운 물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쿠팡이 지난 2018년 8월부터 시작한 쿠팡 플렉스(flex)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로 물품을 배송하는 일자리입니다. 경력 제한이 없고 일할 날짜와 시간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규직인 쿠팡맨과 사실상 업무는 동일한데 쿠팡맨과 구별해 ‘쿠팡플렉서(Flexer)’라고 부릅니다. 수입은 배송 1건당 기본 750원입니다.
그러나, 배송 물량이 급증하거나, 심야배송의 경우 1건당 2000~3000원까지 주기도 합니다. 쿠팡은 이 일자리를 통해 1시간당 3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3~4시간 일하면 평균 50~60개를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쿠팡은 지원 사이트에 ‘역대급 가성비 (일자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3시간 일해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25만 원 벌었다는 후기가 넘쳐납니다.
최근까지 쿠팡플렉서로 등록한 사람만 누적으로 30여만 명으로, 직장인, 취업 준비생, 자영업자,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 등 다양한 구성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 대비 수입이 괜찮아 만족도도 높고 이때문에 일감을 많이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알려져 있죠. 이런 일자리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은 2019년 상반기부터 음식 배달 서비스(쿠팡 이츠)를 본격화할 계획인데 배송을 쿠팡플렉서들에게 맡길 예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분화된 쿠팡의 배달원 시스템이 경쟁을 부추겨 업무 과중을 불러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쿠팡에서 배송을 전담하는 노동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요. 쿠팡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며, 시간에 따라 고정급여를 받습니다. 반면 쿠팡플렉스는 배송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취하는데, 이 수수료가 배송 지역·시간·당일 수요 등에 따라 매일 바뀌게 되죠.
고용형태가 복잡하다 보니 배송 물량이 급증한 대구 같은 경우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쿠팡맨 C씨는 “코로나 이슈로 쿠팡 플렉스의 건당 배달 단가가 급등했다. 대구 지역에서 평소 주간 배송이 건당 700원, 새벽 배송이 건당 1500원 정도였다면 21일 배송 기준 주간 배송이 건당 3000원, 새벽 배송이 건당 4000원이다. 자차로 배송하는 어떤 쿠팡 플렉스 배달원은 이틀 만에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쿠팡 맨틀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애초에 다른 근로조건으로 계약했고, 과도한 노동 또한 아닌 개인의 문제이지만 최대한 유족에게 예의를 표할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문제로 불거진다면 업체 측에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강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 큰 유연한 일자리 고용 방침, 정말 ‘유연’한 건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늦기 전에 검토해 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