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에서 무단횡단이 합법인 것과, 유럽 대부분의 화장실은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것 등이 있죠.
하루를 마무리하는 숙소에서도 당황의 연속인데요, 겹겹이 쌓인 침대 커버와 베개 중 어느 것을 덮고 베고 자야 하는지도 몰라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숙소 화장실이 한국의 화장실 사용법과는 매우 다른데요, 한국인들이 유독 화장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욕실에 깔린 카페트
여러분이 외국 호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조의 화장실은 어떤 것이었나요? 욕조나 샤워 부스가 따로 있고 밖에 세면대가 있는 구조였을 텐데요. 샤워커튼을 치지 않고 샤워를 하면 바닥이 물바다가 되고 물이 계속 빠지지 않아 난감한 적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금세 물이 빠졌을 텐데 유독 외국 화장실만 물이 흥건한 경우가 많죠.
또한 욕실 바닥에 두꺼운 카페트가 깔려있는 경우도 있어 한국인들은 적잖이 당황합니다. 화장실 사용법을 몰라 카페트가 다 젖어버려 손상될 경우 나중에 집주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외국에서는 건식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곰팡이 걱정 없는 화장실
이들은 왜 배수구를 만들지 않고 건식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배수구를 만들면 한쪽 면을 경사지게 화장실을 설계해야 하는데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수구를 통해 각종 벌레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배수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가 한국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배수구를 통해 바퀴벌레가 들어오는 사례가 적잖이 있습니다.
건식 화장실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욕실로, 화장실 바닥이 축축한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와 달리 외국 화장실은 언제나 마르고 뽀송뽀송한 게 특징이죠. 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물이 바닥에 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건식 화장실을 채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식 화장실을 사용해서 얻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는 곰팡이가 있습니다.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곰팡이는 습식 화장실의 적이기도 한데요. 습하지 않은 건식 화장실은 곰팡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또한 물기 때문에 미끄러질 걱정도 없습니다. 한 번쯤 미끄러운 욕실에서 넘어지거나 다친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건식 화장실은 바닥에 물이 아예 없어서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물은 일일이 닦아야 해
따라서 화장실 바닥에 물이 튀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화장실이다 보니, 당연히 물이 빠져나갈 배수구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단점도 뚜렷한데요. 습식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건식 화장실로 갈아탄 한국인들의 후기에 따르면 ‘귀찮음’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물이 바닥에 튈 때마다 일일이 걸레로 닦아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화장실 바닥을 타일이 아니라 장판이나 마루로 깐 곳은 혹시나 물을 닦지 않고 놔뒀다가는 썩거나 들뜨기 십상입니다. 또 물청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합니다. 보통은 변기, 바닥, 거울 등을 청소할 때 물청소를 해야 개운한데, 건식 화장실은 절대 물을 써서 청소할 수가 없죠. 습식 화장실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건식 화장실의 청소 방법이 굉장히 갑갑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머리카락은 청소기로 청소
그렇다면 건식 화장실은 어떻게 청소를 할까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먼지는 청소기로 제거합니다. 그리고 밀대로 닦아내는 정도인데요. 습식 화장실처럼 날을 잡고 물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 바닥을 쓸 때 자연스럽게 화장실도 함께 청소를 하는 것이죠. 화장실을 'Bath-room'이라고 표기하듯이, 유럽인들은 화장실을 말 그대로 방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변기나 세면대는 전용 세제를 걸레에 묻혀 닦거나, 세제가 묻어있는 물티슈로 닦아냅니다. 이후 마른 걸레로 한 번 더 닦아주는 것이죠. 이렇게 닦아내는 방식으로 청소를 해서 화장실이 보송보송하게 유지되어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 반면, 물 청소만의 개운한 느낌을 선호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한 청소 세제를 물로 충분히 씻어내야 마음이 놓이시는 분들은 건식 화장실의 청소 방법을 보고 놀라곤 하시는데요. 그만큼 외국에는 친환경 세제 종류도 굉장히 많고 청소 도구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건식 화장실이든 습식 화장실이든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