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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다 빚이 더 많은 회사의 경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무리 대표 직책이 탐이 난다 할지라도 이 제안은 덥석 물기 어려울 텐데요. 여기 실제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회사에 입사해 굴지의 의지로 회사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가 경영을 맡은 이후 쏟아지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회사는 15년 만에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그는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 회사 ‘풍국면’의 대표 최익진 씨입니다. 1933년 대구에서 설립된 풍국면은 본래 ‘환길제면’이란 상호로 국수를 생산했는데요. 이는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에서 이병철 회장이 별표국수를 제조한 것보다 5년이나 앞선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별표국수는 1960년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풍국면은 별표국수 거래처를 흡수하면서 지금껏 이어져 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78년 최익진 대표의 선친인 최정수 씨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는 비로소 ‘풍국면’으로 상호를 바꾸게 되는데요.

 

최 대표의 선친이 회사를 인수한 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회사는 아주 잘 나갔죠. 당시만 하더라도 풍국면을 포함해 30여 개의 국수업체가 전국 국수의 50%를 생산했을 정도인데요. 그중에서도 풍국면은 1970년대 연 매출 30억원 대를 기록하며 국내 건면 시장 생산량의 30%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풍국면의 광고 모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신성일, 엄앵란을 내세울 정도로 대중에게 인지도도 상당했죠.

그러나 1985년경 식품 대기업이 건면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풍국면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때 풍국면의 구원투수로 나선 자가 바로 최 대표인데요. 최 대표는 미국 위스콘신대 MBA 경영학석사를 마치고 증권회사에서 전환사채 업무를 담당하던 증권맨이었습니다.

 

최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을 1933년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의 부채는 13억 원으로 당시 회사가 내는 매출 12억 원보다 1억 원 가량이 더 많은 상태였는데요. 당시를 회상하며 최 대표는 “회사를 맡고 2년이 지나서야 직업이 바뀐 걸 실감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라며 “1톤 트럭을 몰고 동네 구멍 가게까지 찾아다니며 영업망을 재건했다”라고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회사를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하려고 각고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최대표가 고안해낸 방안은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는데요. 대형마트와 거래를 트는 일은 생각 만큼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 거래를 성사 시키기 위해 대형마트 인근 찜질방에서 며칠 밤을 지새우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다고 최 대표는 밝혔는데요. 그렇게 될 때까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 대표는 마침내 1995년 말 이마트에 PB제품 납품권을 따냈습니다. 최 대표는 “사실상 이마트 PB 1호였고 이때부터 회생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털어놨죠.

 

이후 이마트를 시작으로 풍국면은 코스트코에도 납품하게 되고, 2013년에는 CJ의 제일제면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까지 따내면서 2014년 매출이 106억원까지 치솟았는데요.

 

풍국면이 매해 성장을 거듭한 탓에 최 대표는 또한 번 통 큰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2016년 말부터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최 대표는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제품의 질을 타협하지 않았다”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영업처를 뺏겨본 적이 없다”고 자부했습니다.

 

한편, 풍국면은 직원에게 일하기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사회 공헌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풍국면은 정년이 없다고 합니다. 76세인 직원이 본인의 건강상 이유로 자발적으로 퇴사한 사례가 있을 정도이죠. 이밖에 하루 30분~1시간의 낮잠 시간도 있다고 하는데요. 피로를 덜고, 오후 근무 집중도를 높이려는 조치라고 하네요.
   

풍국면은 코로나 19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풍국면은 지난해 11월 대구 의료원을 비롯한 총 다섯 군데 병원에 약12600명의 의료종사자에게 돌아갈 국수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풍국면은 “맛있는 국수 한 그릇으로 힘을 내 의료진이 코로나 위기 극복에 더욱 앞장설 수 있도록 풍국면이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밖에 풍국면은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 점주들을 돕고자 올해 2,3월엔 가맹점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기도 했죠. 큰 시련을 딛고 힘겹게 일어선 이후, 사업 확장과 더불어 사회 활동도 열심인 풍국면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