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저희는 그 욕망을 실현해주는 가장 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채티 서비스 화면 , 대화체로 전개되는 방식의 소설이 인상적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이 있다. 사진을 얼핏 보면 채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새롭게 등장한 소설 형식이다. 이런 형식을 채팅형 소설이라고 한다. 수많은 독서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이런 형식은 MZ세대를 꽉 잡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경쟁력 하나만큼은 이미 증명됐고, 계속해서 성장세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사람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 출신이다. 모두가 알 만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자리했고,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이 사람이 일을 잠시 쉬고 돌아올 땐 뉴스 기사로도 다뤄질 만큼 영향력을 내비쳤다.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오늘은 콘텐츠 시장에 대한 남다른 접근으로 자생하고 있는 아이네블루메의 최재현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았다.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의 사무실, 콘텐츠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만큼 압도적인 분량의 책을 볼 수 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서비스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채티는 작가들이 집필하고 있는 오리지널 800개의 작품과 누구나 쓸 수 있는 40만 편의 작품을 보유한 웹 소설 플랫폼이에요. 다른 플랫폼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채티는 채팅형 소설이라는 거에요. 다른 플랫폼처럼 글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말풍선을 통한 대화체가 주를 이루며, 음악과 그림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웹툰의 느낌도 줄 수 있어요.
채티 서비스 화면
Q. 채팅형 소설이 기존 소설과 비교해 가지는 특징이 있을까요?
요즘 학생들은 삼국지, 다빈치 코드와 같은 무거운 소설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그런데 꼭 무겁고 길어야만 좋은 소설인가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채티는 한 회차에 평균 2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가벼운 글로 이루어져 있어요. 걸리는 시간이 적어 부담스럽지 않아 오히려 많이 읽고 있어요. 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존 소설과 채티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재현 대표
Q. 기존 소설과 다른 느낌을 많이 나타낸다고 하셨는데, 어떤 사람들이 주로 채티를 이용하나요?
이용자는 중학교 2~3학년의 여학생이 많아요. 예전엔 글을 쓴다고 해도 친구들이 글을 발표할 공간이 없었어요. 출판사에 보내 봐야 나이가 어리다 보니 거절을 당했는데, 요즘은 플랫폼에서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고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력만 있으면 연령대와 관계없이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어요.
최재현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Q. 이색적인 서비스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게 대표님 이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네이버에 계시다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나요?
네이버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큰 회사가 됐어요. 제가 30명일 때쯤 합류해 그만둘 때는 수천 명이었어요. 많은 성장을 했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을 제가 제대로 경험해 본 거는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간 내 손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용자들과 소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서비스 이용자한테 어떤 반응이 오거나 인정을 받을 때 짜릿함. 그 특유의 느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죠.
최재현 대표의 네이버 부문장 시절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다
Q. 많은 아이템 중에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창업하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콘텐츠 시장이 되게 특이한 시장이라고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수요는 항상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요. 예를 들면, 요즘 영화시장은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을 잘 안 가지만, 그전에는 친구들끼리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대화한 적이 있을 거란 말이죠. 그 말은 영화 볼 시간도 있고 돈도 있고 갈 의사도 있는데 재미있는 영화가 극장에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온 게 ‘넷플릭스’에요.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이용자한테 쏟아주면서 ‘이 정도면 됐냐?’ 했는데 사람들은 거기서도 만족을 못 하고 또 보다가 밤을 새우기도 하고 또 디즈니에는 뭐가 있을까? 또 다른 플랫폼에는 뭐가 있을까? 찾아다녀요.
수요가 초과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면서 또 새로운 수요가 더 자극되는 형태라서 당분간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 판단했어요. 그래서 콘텐츠 업계가 제일 매력적으로 여겨져서 서비스를 만들면 성장시킬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아이네블루메의 직원 회의 모습, 건너편에 최재현 대표가 보인다
Q. 채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나요?
처음에 런칭을 했는데 아무도 글을 쓰지 않았어요. 사내에서 접속량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어요. 전 직원이 12명인데. 동시 접속이 9명이었죠. 그중에 7~8명은 우리 직원인 것 같고 다른 한두 명 정도가 이용했어요. 그러다 3개월 정도 지나서 정말 갑자기 이용자 반응이 왔어요. 별도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는데, 사용자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앱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했죠.
그때가 토요일 밤이었어요. 직원들이 집에서 쉬다가 다들 놀라서 회사로 모였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서도 너무 기뻤죠. 서비스가 점점 성장하기보다는, 어느 순간 올라갔어요. 그 계기는 저희도 아직 모릅니다. 근데 또 장기간 또 침체를 겪다가 또 이제 도약을 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성장을 해왔어요.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채티 앱 다운로드 수
Q. 지금 회사 현황은 어떤가요?
작년에 비해서는 30~40% 정도 성장을 이뤘고요. 지금은 좀 더 빨리 성장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금은 이용자들이 서로 대화를 원해서 커뮤니티 형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채티 내에서도 방을 만들어 작가와 독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관계에 기반을 둔 소비 현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거든요. 작품이 재미있어 손을 뻗을 수도 있지만, 무슨 작가가 쓰냐에 따라 선택하는 때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작가가 나와 대화했다는 이유로 그 작품을 더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관계에 기반한 소비 현상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지원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주간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
Q.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채티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글로벌 진출을 기획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욕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플랫폼이 저희가 바라는 목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아이네블루메의 사무실 입구, 간판 밑에 회사의 대표어플 ‘채티’가 눈에 띈다
Q. 선배 창업자로서 앞으로 스타트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제일 중요한 건, 이용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달렸어요. 의사결정 기준이 이용자 중심으로 간다면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뛰어난 기획자의 생각 과정이라 하더라도 한 명의 머리가 100명의 이용자를 감당할 수는 없거든요. 항상 이용자의 반응을 추정하는 게 기획이에요. 그들을 이기려거나 내 머리가, 또 내 기획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 IT 쪽에서 기획을 하는 사람은 겸손함이 필요해요. 내 생각이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해요.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
그런데 요즘에 신입사원 같은 경우에는 신념이 강한 경우가 되게 많아요. 특정 방법을 사용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막상 2~3년 지나서 그 사람이랑 다시 대화해보면 많이 바뀌어 있는 거죠. 사람은 사회현상을 예측하고 만들어낼 수 없어요. 충분한 생각만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글 잡컴퍼니 석영
viewjoba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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