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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명절 풍경이라 하면 차례 음식 앞에 평소 얼굴을 자주 마주 볼 수 없던 친지들이 다 함께 둘러앉아 그간 못다 한 얘기를 나누는 등 왁자지껄한 풍경이 그려지는데요.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는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지난해 명절에는 ‘가장 좋은 백신은 고향방문 자제’, ‘얘들아 이번 추석은 오지 말거라’ 등등의 현수막이 곳곳에서 걸리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가 바꿔 논 명절 풍경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윤 모 씨는 이번 추석에는 고향인 울산에 가는 대신 연휴 내내 자취방에서만 머무를 예정인데요. 그는 ”보통 때 같으면 연차까지 내서 여유롭게 부모님댁을 방문했겠지만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해 부모님께서도 안 와도 된다고 만류하셨다“라며 ”서운한 상황이긴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이번 명절엔 용돈이라도 좀 더 두둑하게 이체해 드릴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씨의 사례처럼, 코로나19 이후 맞이하는 명절 풍경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대면접촉이 줄어든 대신 현금이체 횟수와 금액은 훌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자식들이 부모님께 용돈을 이체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통계자료도 존재합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추석판 눈치코치 금융생활’을 발간했는데요.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의 추석 연휴 전 1주일간 현금 출금·이체를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이후 현금 출금 횟수는 18% 감소한 반면 이체 횟수는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출금 금액은 5% 감소한 반면 이체 금액은 무려 38% 늘어났는데요.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현금 이체 횟수는 17% 늘고, 출금 횟수는 22% 줄어들었으며, 50대의 현금 이체 횟수는 18% 늘고, 출금 횟수는 18% 감소했습니다.

 

이외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체 건 당 평균 금액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이체 건당 평균 금액은 66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통계 결과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가족에게 돈을 계좌이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추석 명절에는 현금 출금은 줄고, 대신 이체 건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변화가 있는데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다 보니 온라인 주문을 통해 선물을 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이때 직접 만나서 전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선물 가격대가 높아지거나, 굴비·샴푸·참치 등 다소 흔한 선물보단 희소성을 가진 의외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요.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지난해 추석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은 16%로 전년 대비 4% p 늘었는데요.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8월 1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국 16개 전 점포 및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대비 23.1%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몰에서 판매된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105.6% 폭증했는데요.

 

현대백화점의 경우 여러 선물 가운데서도 고가 상품으로 꼽히는 100만 원 이상의 한우 선물세트가 작년과 대비해 매출이 80.5% 증가했으며, 프리미엄 과일에 속하는 샤인 머스캣과 애플망고 등 인기 과일세트 매출은 60% 늘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인을 직접 찾아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프리미엄 선물로 대신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는데요.

 

편의점 업계 역시 백화점에 뒤질세라 추석맞이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들을 속속들이 선보였습니다. 기업별로 살펴보자면, GS25는 3830만 원에 달하는 2.03캐럿 다이아몬드와 1000만 원짜리 명품 와인 세트를 추석 선물 세트로 내놓았는데요.

 

세븐일레븐은 900만 원에 달하는 위스키를, CU는 이번 추석을 맞아 현대요트의 ‘BAVARIA’ 시리즈 6종을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요트의 가격대는 2억 4천만 원에서 최고가는 9억 600만 원에 형성돼 있는데요. 보트는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내부 레이아웃 변경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편,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비대면 선물로 대신하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택배·기프티콘 관련 소비자 피해는 9~10월에 집중되는 양상을 띄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20년 택배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 가운데 21.7%가 9~10월에 몰린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추석 명절을 맞아 택배와 무상 제공형 기프티콘 관련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13일 발령하기도 했는데요. 소비자원 관계자는 혹시라도 관련 피해를 입었을 경우 사진, 동영상,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피해 발생 즉시 사업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명절 풍경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향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면 내년 명절 풍경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