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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돌보는 전국의 110만 명에 달하는 돌봄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데요.

 

노인 50만명 돌보는 생활지원사
자차로 자주 이동하며 업무
기름값 지원 없어
전용 '맞춤광장' 앱 사생활 침해 우려
"1년 계약직이라" 거부 못해

 

이 가운데 생활지원사들은 다른 직종의 평균임금의 절반만 받고 있으면서도 근무 시 필요한 통신비, 유류비 등을 ‘반값 임금’에서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습니다. 향후 2025년, 노인인구 1천만 명이 되는 초고령사회 문턱에서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이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인력 수급 문제를 비롯해 돌봄의 질을 낮추는 위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국에 약 3만 명에 달하는 생활지원사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실버아이뉴스

 

생활지원사는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안부 확인, 청소·식사 서비스 등 기존의 6개 노인 돌봄 사업을 한 번에 통합하면서 생겨난 직업으로 전국에 약 3만 명의 생활지원사들이 50만 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는데요. 경기도에서 노인생활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 씨는 현재 16명의 노인을 전담해 돌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과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숨 가쁘게 시작되는데요.

 

 

 

오전 8시 반 즈음 자신의 차를 몰고 한 노인의 집을 방문한 박 씨는 20분간 집에 머물며 고쳐야 할 부분은 없는지, 노인의 건강 상태에서 특별한 점은 없는지를 살핀 뒤 다음 집으로 향합니다. 두 번째 방문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되는데요. 오전에만 총 세 집의 문을 두드린 박 씨는 일정상 방문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서 한 시간가량 안부전화를 돌렸습니다.

 

 

이후엔 30분간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중점 돌봄 노인의 집에 도착해 청소관리 30분, 노래교실 1시간, 말벗 30분 등의 업무를 했는데요. 아침부터 숨 가쁘게 흘러간 박 씨의 일과는 오후 2시 30분 끝납니다. 그녀는 “주 5일을 이러한 일정으로 보낸다”라며 “이 같은 하루는 최저시급을 적용받아 한 달에 약 112만 원 정도를 번다”라고 전했는데요.

 

생활지원사는 활동 특성상 기름값과 통신비가 많이 들지만 이에 대한 비용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생활지원사들의 채용공고를 들여다보면 ‘자차 우대’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하루 평균 4가구를 방문하는 생활지원사 김 모 씨는 “30~40분 단위로 각 가정을 방문해야 해서 이동거리가 꽤 긴 편이라 한 달 기름값만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연합뉴스

 

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이동거리가 더 멀어져 훨씬 많은 기름값이 든다고 하는데요. 경남 지역에서 생활지원사로 활동하는 서모 씨는 “채용 공고에 자차의무라고 적혀있길래 당연히 유류비가 지원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라며 “일 시작 전엔 10만 원이던 기름값이 월 최대 25만 원으로 늘어 지자체에 한 달에 10만 원 기름값을 요청했더니 올해 1월부터 5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유류비 지원은 지역마다 제각각인데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는 지자체가 권역별로 사회복지ㆍ비영리 법인 단체 중 1개를 선발해 민간위탁을 주는데 그로 인해 생활지원사들의 채용 전형 및 보상안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 도시별로 이동거리가 다르고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 유류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생활지원사의 유류비는 애초에 복지부 예산에 반영돼있지 않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충정일보

 

 

생활지원사들이 감당해야 할 부당한 비용은 유류비 뿐만이 아닌데요. 생활지원사들이 소화해야 하는 업무 중에는 체조 활동, 노래교실 등 시청각 자료가 필요한 것이 있는데 대부분의 교육이 생활지원사들의 개인 휴대폰으로 진행됩니다. 생활지원사 박 씨는 “일 시작 전에는 최소 요금제를 사용해서 월에 3만 원 안팎을 내고 있었는데 일 시작 이후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야 해서 월 7만 원을 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개중에 대구의 한 복지센터는 통신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마저도 월 2만 원씩 1년에 총 9번만 지급됩니다. 이 센터 소속 생활지원사 A 씨는 “1년에 12번도 아니고 왜 9번만 지급되는지 의문을 품고 센터 측에 문의했더니 혹서기와 혹한기를 합하면 9개월이라 통신비를 9번 지원해 주는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핸드폰을 혹한기와 혹서기에만 쓰는 것이 아닌데 웬 생뚱맞은 답변인가 싶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노인들에게 추가로 안부전화를 걸어야 하기에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복지부에서는 통신비 지원에 대한 부분과 관련해 “통신비 지원금을 예산에 편성하려 재정당국에 요청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생활지원사들이 통신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매년 관련 예산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출처_연합뉴스

이 밖에 돌봄 노동자들이라면 의무적으로 깔아야 하는 ‘맞춤 광장’ 애플리케이션 역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는데요. 이 앱은 위치 표시 기능이 있어 3분마다 위치가 표시되며 수행 기관마다 각기 다르나 대부분 말벗, 청소 지원, 생활교육 등 각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생활지원사들은 시작과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만일 깜빡 잊고 버튼을 제때 못 눌렸을 경우 따로 사유를 적어내야 하는데요.

 

 

 

사진출처_SBS뉴스

 

이에 경남 지역 노인맞춤 돌봄 생활지원사들은 앞서 지난해 7월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맞춤 광장 앱 설치를 철회하라는 취지를 담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맞춤 광장 앱은 생활지원사를 잠재적 근무지 이탈자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이라 위치 추적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노총 공공 연대 노동조합 경남지부 조직국장은 “보건복지부는 생활지원사에게 5시간 최저임금만 설정하고 이외 어떤 수당도 지급하고 있지 않다”라며 “하루에 많게는 대여섯 가구를 돌보고 있는 생활지원사에게 교통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촉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을 담당하는 생활지원사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꾸준히 관련 문제 제기가 언급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