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버스는 없어선 안될 중요한 존재인데요.
버스기사 노동환경
휴게시간 보장 못받는 경우 다수
버스기사 연봉은?
노동환경 개선 위해 노조 돌입
10분, 20분이 중요한 출근시간 때, 버스가 도착 예정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으면 불쑥 짜증이 들이밀 때도 있죠. 하지만, 도착 예정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버스기사들이 그간 해온 노력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이전처럼 쉽사리 짜증을 내기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 운행의 경우 9시간이 넘는 장거리인 탓에 화장실 짬도 잘 나지 않아 일부 기사들은 기저귀를 준비하기도 한다는데요. 버스 기사들이 처한 노동환경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양재시민의 숲까지 왕복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는 광역버스기사 박모 씨는 수도권 내 장거리 노선 중에서도 가장 긴 노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오후 2시 고양시 차고지를 출발해 두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종점인 서울 양재시민의 숲역에 도착한 버스는 다시 방향을 돌려 되돌아가는데, 비교적 도로가 한산한 오후 시간대임에도 네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그렇게 장장 6시간 만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박 씨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고작 30분 남짓. 30분 안에 박 씨는 점심도, 화장실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 같은 노동강도를 견디다 못한 박 씨는 결국 지난 9월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 시간 한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지방 고용노동청에 회사를 고발했는데요.
하지만, 시정 지시를 받은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박 씨를 또다시 시름에 잠기게 했습니다. 회사가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로 인해 내놓은 방안은 바로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기고, 퇴근시간은 30분 늦추는 것이었는데요.
사진출처_중앙일보
즉 첫차 운행 전 30분, 막차 운행 후 30분을 휴게 시간으로 추가한 것입니다. 회사의 이 같은 조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볼 수도 없는데요. 한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휴식시간은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라며 “근무시간 전에 일찍이 와서 쉬는 건 보통 휴식시간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자에게 줘야 하는데요. 이 같은 지적에 버스회사 관계자 측은 “기사마다 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넘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며 “운행횟수가 줄어들면 시에서 받는 재정 지원금이 줄어들어 일괄적으로 휴게시간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출처_중앙일보
업계 종사자들은 버스 운전기사가 타 직업군과 비교하더라도 임금과 복리후생이 그리 좋지 못한 편에 속한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마을버스, 경기 시내버스, 고속버스, 관광버스 등 담당하는 버스가 무엇이냐에 따라 임금과 복지체계가 다르나 버스기사의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통상 45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운행 버스 별로 살펴보자면 마을버스 기사의 월급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23일 만근 기준 세전 230만 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진출처_연합뉴스
경기도 시내버스의 경우 격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2일 풀 근무, 1일 휴무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월급은 350만 원 안팎이며 상여금의 경우 6개월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다고 하죠.
이외 준공영제 버스 기사의 연봉은 제주도만 격일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1일 2교대 주 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데요. 준공영제 버스기사의 연봉은 4500만 원에서 5천만 원 수준이며, 평균적으로 시내버스 경력 2년 이상을 쌓아야 준공영제 버스를 몰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근무하는 7년 차 4호봉 버스기사 김 모 씨의 연봉은 4800만 원 안팎인데요. 주당 평균 47.5시간을 근무하는 김 씨가 무사고 수당, 야간 수당 등 각종 수당을 챙겼을 때 가능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버스기사들의 연봉은 기본급은 다소 적게 책정되지만, 각종 수당이 많은 구조인데요. 업계에서는 버스기사들의 연봉 계산법을 일반적인 ‘9 to 6’ 근무에 적용하면 4800만 원에 이르던 김 씨의 연봉은 390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고 지적합니다.
김 씨는 2교대로 9시간씩 근무하는데요. 새벽 4시 첫차를 운행하기 위해 매일 새벽 3시에 집에서 나서는 그는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노선을 왕복한 뒤 다음 배차시간 전까지 다 마쳐야 해서 식당도 화장실도 맘 편히 못 가는 게 일상”이라며 “이 직업을 택한 이상 주 5일 근무는 꿈도 안 꾸지만 화장실이라도 맘 편하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출처_조선일보
현재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버스 노조는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태인데요.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은 지난 9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찬성률 69.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지난 2일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신청한 바 있으며 15일 1차적으로 사 측과 조정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현재 노조는 1일 2교대제 근무 형태 변경, 다른 수도권 대비 월 50만 원 적은 임금 격차 해소 등이 포함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사 측과 원만한 대화가 결렬될 시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지역자동차노조 관계자는 “버스기사들의 근무환경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도 기사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투쟁은 불가피한 실정에 이르렀다”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금까지 장시간 운행으로 화장실조차 맘 편히 가지 못하는 버스기사들의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노조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만큼 향후 버스기사들의 노동환경이 지금보다 올라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