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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뜩이나 매서운 고용시장을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든 한편, ‘사람이 없어서 문제’라 할 정도로 각 기업에서 모시기 전쟁에 돌입한 직군도 있는데요.



바로 개발자가 그러합니다. 올해 초 개발자들의 고액 연봉이 연일 언론에 회자되면서 직장인 사이에선 ‘지금부터라도 코딩 배워서 인생 이모작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는데요.

 

특히 취업이 어렵기로 정평이 나 ‘문송합니다’라는 슬픈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인 문과생들 사이에선 코딩 역량이 취업을 위한 최종 병기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비전공자 사이에서 코딩이 취업을 위한, 고액 연봉을 받기 위한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다 보니 개발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선 코딩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개발자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자연스레 들기 마련인데요. 이 질문에 대해 현직 개발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하루 8시간 이상 코딩 공부하면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 입사할 수 있을까?’라는 게시물이 게재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국세청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게시글 작성자는 공무원 시험공부하듯 하루 8시간 1년간 공부하면 웬만한 기업의 코딩 테스트는 다 합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해당 질문에는 1백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지만 그 가운데서도 구글에 재직 중인 직원이 남긴 답변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문과 출신이자 컴퓨터공학과 다중 전공자로 밝힌 한 구글 직원은 “쉬운 건 아니지만 결코 못할 건 없다고 본다”라며 “절대적 공부량에 코딩 실력이 정확히 비례하는 것 같진 않으나,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해본 뒤 흥미를 느끼면 본격적으로 파고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자신도 비전공자임에도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는 또 다른 구글 직원은 “4년제 학과를 나오면 좋지만 나 역시 비전공자로 몇 달 공부해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듯 그게 필수는 아니다”라며 “비전공자도 실무 없이 석사 2년에 업계인 취급받는데 1년 열심히 공부해서 앱 개발자 못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질문자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물론 해당 게시글에는 “코딩은 타고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기본 공부가 8시간인데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니냐”, “절대 안 된다고 본다”등 비호의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요.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굳이 분석하지 않더라고 현재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코딩을 배우는 비전공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IT 교육 전문 업체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패스트캠퍼스 등에 따르면 비전공자이지만 IT 기술 학습에 뛰어드는 문과생, 예체능 상의 비중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는데요.





사진_SBS 뉴스

 



일례로 패스트캠퍼스가 내놓은 코딩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네카라쿠배 개발자 양성과정’의 수강생의 72%가 문과, 예술계 등 비전공자였습니다. 네카라쿠배는 취준생들 사이에서 인기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등 인기 IT기업들의 첫 글자를 딴 약칭인데요.

 



이외 정부 예산 350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운영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 역시 문과생 등 비전공자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비전공자가 수강생의 6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는데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박 모 씨의 경우 2019년 졸업 이후 수십 군데 기업에서 낙방을 거듭하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코딩 공부를 1년 매진한 끝에 올해 초 국내 유명 it 업체에 입사했습니다. 박 씨는 “비전공자여서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더라”라며 “물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거라 불안감은 더 크지만 문과생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지난 6월 개발자로 취업한 김 모 씨는 “하루 12시간씩 주당 70시간 가까이 열심히 공부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코딩 교육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다 보니 코딩 학원도 곳곳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수업료는 시간당 3만 원에서 9만 원 사이로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코딩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초중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코딩 학원 열풍이 거센데요. 경기도 교육청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4월 경기도권에 있는 코딩 학원 업체는 854개로 2년 새 3개 넘게 늘었습니다.

 




이 밖에 회사 내에서 비전공자를 위한 코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우아한 데크코스‘라는 비전공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발자 양성 과정을 도입했는데요. 이곳의 1기 수강생 가운데 15명은 실제 다른 IT기업의 개발자로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코딩을 배우려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관련 산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선 여전히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요. 한 IT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코딩을 배우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입사지원서를 내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얕은 수준의 코딩 실력에서 머물고 있는 편이 많다”라며 “정작 기업에선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얼마나 이해하고 간결하게 코딩을 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정작 이를 제대로 교육하는 기관은 드문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충원돼야 할 데이터 관련 산업 인력은 2만 2천 명에 달하는데요.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서 코딩 교육 열풍이 한동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후 IT업계에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