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집이나 회사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가 싫은 이런 날에는 각종 배달 서비스 어플의 존재가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지죠. 배달의 민족, 요기요, 우버 이츠를 돌아가며 먹고 싶은 메뉴를 검색하던 우리에게 이제 한 가지 선택지가 더 늘어났습니다. 최근 쿠팡에서 내놓은 '쿠팡 이츠'가 야심 차게 등장했으니까요. 쿠팡 이츠의 탄생에 기존 배달 어플 운영사들은 바짝 긴장해 대응책 마련에 열심이라고 하는데요. 비슷한 서비스라면 선발 업체가 유리한 것이 보통인데, 이들이 이렇게까지 경계태세를 보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배달 앱 시장의 폭발적 성장
출처: 중앙일보, 넥스트 이코노미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언제, 어디로든 음식을 가져다주는 배달 서비스라고 합니다. 한강 둔치부터 해변가 파라솔 아래까지, 대한민국 요식업계 배달 서비스가 닿지 않는 장소는 없죠.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 어플의 등장 이후로는 집에 앉아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늘어났고, 전화 통화를 꺼려 배달 주문을 포기하던 사람들도 맘 편히 음식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배달 수요의 증가에 따라 배달 어플 시장의 판도 커졌습니다. 2013년 87만 명에 그쳤던 배달 앱 이용자는 지난해 2500만 명으로 늘어났죠.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음식 배달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거래 규모는 33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10배 가까이 커졌죠.
과감한 도전장 내민 쿠팡
최근 '로켓 배송'으로 잘 알려진 쿠팡에서도 배달 어플 업계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다른 배달 앱에 통상 1만~1만 5천 원가량의 최소 주문 금액, 3000원 정도의 배달비가 있는 것과 달리 "최소 주문금액 0원", "배달비 무료"라는 과감한 조건들을 내걸었죠. 또한 음식도 로켓 배송을 보장하겠다며 30분 내 배달을 약속했습니다.
가맹점주들에게도 보다 나은 거래 조건이 제공됩니다. 점주들이 지불하는 광고비 금액이 클수록 상단에 노출해주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별점이 높은 가게 순으로 먼저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죠. 점주들은 광고비를 지출할 필요 없이 수수료만 쿠팡 측에 지불하면 됩니다.
가맹점주·이용자 지키기에 나선 기존 어플들
출처: 한눈에 보는 세상
지금껏 국내 배달 앱 업계의 왕좌는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 민족'이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지난해 <이코노믹 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의 점유율은 55.7%로, 요기요(33.5%)와 배달통(10.8%)을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쿠팡이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도전장을 내민 상황에서 1위 배달의 민족도, 2위 요기요도 맘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두 업체 모두 가맹점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음식업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 '배민 아카데미'를 한층 강화하고 독립된 교육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매월 8회 진행되던 교육을 12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직접 와서 교육받을 시간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온라인 강의도 개설할 예정이죠.
출처: 키뉴스
'요기요'의 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는 파트너가 아닌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는 '알뜰 쇼핑몰'을 오픈하고, 파트너 사장님들과 소통을 위한 전담 부서도 신설했습니다. 월 9900원을 내면 어플 내 모든 레스토랑 메뉴를 최대 월 10회, 3000원씩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슈퍼 클럽'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죠.
우아한 형제들과의 공정위 다툼도
출처: SBS 뉴스
지난 5월에는 우아한 형제들이 쿠팡을 공정거래 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쿠팡이 쿠팡 이츠 고객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배민 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독점 계약 시 수수료 할인·현금 보상을 제안했고,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아한 형제들의 주장이죠. 또한 쿠팡이 배민 라이더스 매출 1~50위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를 입수했다는 의혹, 이러한 행위가 영업비밀보호법상 영업 비밀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에 쿠팡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서비스 혜택을 설명한 것뿐이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조사를 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점유율 60% 이상의 사업자가 시장 신규 진입자를 비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죠. 우아한 형제들은 "쿠팡이 처음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문제가 커지자 '1위 사업자가 신규 진입자를 막는다'는 식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쿠팡 이츠 출시로 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30분 내 로켓 배송'에 대해 배달원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의식한 듯 지난 7월 30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용산구, 성동구에서는 '30분 내 배송'이 빠지기도 했죠. '최소 주문금액 0원'은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더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 잦은 주문 취소를 경험했다는 리뷰도 있었는데요. 과연 쿠팡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쟁쟁한 배달 어플 경쟁자들을 앞지를 수 있을지, 올 하반기 상황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