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들을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오는데요.
회사일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그저 쉬고 싶지만,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몇 달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30대 워킹맘 A 씨는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집안일에 지쳐 조금이라 쉴 방법을 궁리하던 중 남편과의 상의 끝에 해결책을 마련했는데요.
그것은 바로 집안일을 ‘집안사람’ 이하는 것이 아닌, 외부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것이었습니다. A 씨는 “돈 주고 퇴근 후 휴식시간을 산 셈”이라며 “집안일을 외주화 시켜버리니까 퇴근 후에도 편히 쉴 수 있어 업무도 더 잘 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좋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집안일을 아웃 소싱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서비스들은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tvN '아는와이프'
통계청이 올해 6월 발표한 ‘2019년 가계 생산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를 보면 청소, 음식 준비 등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조 9천억 원으로 5년 새 35.8% 늘었는데요. 성별로는 여성은 1380만 원, 남성은 521만 원으로 남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64분, 여성 노동시간은 205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출처_동아일보
무급 가사노동은 시장 거래 없이 가계 구성원들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노동을 뜻하는데요. 가사노동은 중요한 생산활동임에도 국내 총생산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아 이를 보안하기 위해 통계청에서는 이와 관련된 수치를 2018년부터 집계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액 추이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요. 가사노동의 가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직장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진출처_대광파출/SBS '서른이지만열일곱입니다'
사진출처_ 영화 '82년생 김지영'
과거에는 가사노동을 대신해 주는 이를 찾기 위해선 가사도우미 업체에 연락해 가사 노동의 대부분의 일을 일임하고 이들에게 고정적인 월급을 지급하는 수밖에 없었는데요. 월급의 상당액을 가사도우미의 월급으로 써야 하다 보니 웬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상 가사도우미를 채용하는 것은 맞벌이 부부 및 1인 가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의 특정 영역에 한해서만 집안일을 외주화 할 수 있는 스타트업 업체들이 나타나 과거에 비해 집안일 아웃소싱 비용 부담을 확 낮췄는데요.
사진출처_여성신문
이때 단발성이 아닌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특징 중 하납니다. 집안일 구독형 서비스는 기업 입장에선 고정적인 수입을 발생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선 업체가 구독 중인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비스 품질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을 터이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데요. 이외 매번 모르는 사람이 집안에 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업체와 비교적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힙니다.
사진출처_런드리고
현재 국내에서 가사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는 빨래를 대신해 주는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 컴퍼니가 있는데요. 런드리고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용 빨래통에 고객이 빨래를 담아 문 앞에 두면 이를 수거해 세탁한 뒤 집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9월부터 런드리고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 중이라는 김 모 씨는 “자취방에 딸려있는 세탁기가 크기가 워낙 작은 데다 기능도 신통치 않아서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라며 “기존에 집에서 빨래를 할 때는 오래된 세탁기에 빨래를 하는 거라 찜찜했는데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라고 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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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컴퍼니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자 대다수가 1인 가구”라며 “맞벌이 가정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갖고 있지 않으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혼부부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이 절대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런드리고 서비스의 흥행으로 런드리고 서비스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220%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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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연구소는 청소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 ‘청소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청소 외주를 원하는 사용자는 앱을 통해 원하는 날짜, 시간에 청소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으며, 해당 업체의 경우 등록된 모든 도우미를 직접 교육하고 사후관리까지 도와 신뢰도를 높인 게 특징입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소 연구소를 이용한 고객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220% 증가했는데요.
3개월 내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는 비율도 무려 80%를 뛰어넘습니다. 마포구에 사는 박모 씨는 “청소는 언제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을 애초에 하지 못했는데 주변인의 권유로 한 번 이용해 보고 나서는 아예 구독권을 끊어 정기적으로 이용 중”이라며 “돈이 들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유시간을 얻으니 만족이 크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국민경제
사진출처_영화'82년생 김지영'
이러한 가사노동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되는데요. 통계청에 의하면 국내 가사노동 서비스 시장 규모는 7조 5천억에 육박합니다. 이외 최근 현대카드에서는 집안일을 아웃 소싱하는 비율이 높게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내며 결제 내용으로는 반찬 요리 배달 서비스가 가장 많았습니다.
결제 건수 기준으로는 출장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육아서비스가 2년 새 9배 이상 늘어 최고 증가액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요리 관련 앱 결제액은 2017년 9972만 원에서 2019년 9억 8091만 원으로 2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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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을 ‘집안일’이라고 부르는 국내에서 가사노동 아웃소싱 산업의 규모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가사노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관련 조사를 진행한 현대카드 콘텐츠팀 팀장은 “아직은 가사노동 서비스가 성장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용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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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 서울 소재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 청소와 관리에 특히 더 신경을 쓰게 된 측면이 있다”라며 “시간적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인들에게 가사 대행 서비스는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집안일이 외주화로 번지는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1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 향후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가사 대행 서비스의 종류와 이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집니다.